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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국립현대미술관서 초대전 김병기 화백, "예술은 완성 향한 과정…그래서 현재 집중해야"

LA에 거주하며 활동하는 원로 김병기(98) 화백의 한국 국립 현대미술관 초대전이 오는 12월 2일부터 내년 3월 1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제1 전시실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회는 국립현대미술관이 한국현대미술의 정립과 발전의 토대 구축을 위해 2014년부터 2016년에 걸쳐 선보이는 '한국현대미술작가시리즈' 기획전으로 3개월간 마련된다.'감각의 분할'이라는 제목으로 선보이는 이번 전시회는 김병기 선생의 추상 실험 시대로 평가되는 1950년대 중반기의 작품부터 최근작 까지 약 100여점의 유화와 드로잉 20여점이 선보이는 대규모 회고전. 화가 김병기의 작품성과 미학, 철학과 인생관을 세심하게 살펴볼 수 있는 바이오그래픽 전시회다. '감각의 분할'이라는 전시회 제목은 알제리 태생의 프랑스 철학자 자크 랑시에르의 미학과 정치에 관한 저서 '감각의 분할'에서 따온 것으로 전시 작품을 시간대 별로 조명한 4개 부문 중 3번째에 해당되는 소제목이기도 하다. 정치와 예술에서의 변화에 대해 의문을 던져온 랑시에르의 관념과 철학이 '형상과 비형상'에 대한 끊임없는 고찰로 탄생된 화가 김병기의 작품과 일맥 상통한다는 해석에서 지어진 타이틀이다. 한국 화단으로부터 '논리적이고 지성적인 미술 이론가'로 불리는 화가이자 비평가이며 교육자인 '한국 추상미술의 1세대', 김병기 화백과의 인터뷰를 소개한다.

'감각의 분할' 제목 모국서 회고전 보람
형상 주목…요즘은 한국 여성 많이 그려
내 작품 근원은 색채·형태가 조화된 공간


-LA 한인미술계도 영광스럽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전시회 오프닝에 참석하시지요?

▶27일 LA를 떠나 개막식에 참석합니다. 전시회가 결정되고 나서 기쁜 마음으로 기다려왔습니다. 나이가 많아 장거리 여행이 괜찮을지 걱정이 되었는데 아들 가족이 함께 가 준다니 편안하게 갑니다. 이번 전시회는 나의 전 생애에 걸쳐 가장 중요하고, 보람된 전시회라고 할 수 있지요.



-한국 화단에서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49년 살았고 미국에서 산 시간도 49년 되는 해이니 이제는 공정한 눈으로 동양과 서양에 대해 말할 수 있어요. 작품도 자신있게 내놓을 수 있습니다. 나는 사실 일본에서 공부할 때나 한국에서 창작 활동을 할 때 비형상에 대해 큰 관심을 가졌었지요. 그런데 미국에 와서 형상을 찾기 시작했어요. 이제 내 자신 역시 동양성과 서양성, 형상과 비형상의 조합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다른 두 개념의 만남과 화해를 절충이라고들 표현 하는데 예술에는 절충이라는 말이 적당하지 않아요. '조합'이지요. 모두 수용하면서 특징을 강하게 표출하는 것, 조합이 맞습니다. 그런데 조합은 1 + 1 = 2로 생각하는 조합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하나 더하기 하나가 3도 되고 9도 되고 또 0도 될 수 있다는 조합이라야 합니다. 창의적 조합이라야 예술로서 가치가 있지요.

-그동안 찾으신 형상 중 요즘 마음에 담고 계시는 '형상'은 어떤 것입니까?

▶수십년 전부터 잃었던 형상성을 되찾으려 엄청나게 노력해 왔지요. 요즘은 인물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특별히 한국 여성이예요. 한국 여성들의 탁월함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외국에서 바라보니 한국 여성들 정말 똑똑해요. 이들을 많이 그리고 싶습니다.

- 최근 작품도 여러점 선보이지요?

▶ LA에서 그린 작품이 15점 정도 됩니다. 전시회가 결정되고 나서 여러점 그렸는데 다 마음에 들어요. 미국에서는 뉴욕에서 주로 살다 2006년 아들이 사는 LA로 옮겨왔어요, 날씨도 좋고 이곳에 사는 화가들, 주변 사람들 모두 마음에 들어 아주 잘 왔다는 생각입니다. 캘리포니아는 특별히 동과 서가 만나는 곳이예요. 세계적으로 이처럼 동과 서가 기묘하게 만나 서로 어우러지는 곳이 없어요. 그러므로 이곳에서 사는 한인들은 특별히 중요한 거점에서 살아간다는 자부심을 가져야 합니다.

- 형태와 공간이 김병기 작품을 형성한다고 해 오셨습니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 설명해 주시리라 기대됩니다.

▶특별히 공간이라는 개념이 내 작품을 이끌어 간다고 생각합니다. 비행기가 뜨는 그런 물리적 공간이 아니예요. 노자의 도개념, 무위자연과 같은 공간입니다. 즉 무와 허, 공 같은 것을 설명하는 동양의 공간에 내 마음이 더 갑니다. 서양에서 말하는 스페이스로는 설명할 수 없는 거예요. 심상으로만 가늠될 수 있는 그런 공간이 제 작품을 형성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색채와 형태가 조화된 공간이지요. 2013년에 그린 작품 중에 색즉시공(色?是空)이라는 작품이 있어요. '색은 즉 자연이다' 이런 뜻인데 이것이 바로 색채와 형태가 조화된 공간을 의미하는 내 작품의 근원을 잘 표현해 주고 있습니다.

- 전시회에 대한 변이라면?

▶나의 삶을 작품으로 설명할 수 있게 되어 더없이 벅찬 마음입니다. 솔직히 전시회를 앞두고 그림을 그리면서 이제부터 중요한 작품을 그릴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나는 늘 과거보다 현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내 작품도 요즘 그린 작품이 중요해요. 삶도 그렇지만 예술에서도 완성이란 없는 것 입니다. 완성을 향한 과정이 있을 뿐이예요. 그러므로 그 흐름의 가장 가까운 곳, 바로 현재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후배들에게 말하고 싶어요. 늘 세계 속의 나를 인지하고 세계를 향해 나가야 할 미학의 관점에서 작품을 바라보라고요. 이번 전시회가 후배들에게 어떤 교훈을 줄 수 있다면 더 이상의 바람은 없습니다.

☞김병기는 누구?

1916년 한국 서양화가 1세대 김찬영 아들로 평양서 출생
1933년 동경 아방가르드 미술연구소 수학
1939년 동경문화학원 미술부 졸업
1960년 한국미술평론가협회 창립
1964년 한국미술협회 이사장
1965년 상파울로 비엔날레 커미셔너
1972년 미국 보스턴 폴리아츠( Polyarts) 갤러리 개인전
1986년/1990년/1997년 가나 화랑 개인전
1997년 프랑스 파리 개인전(Benamou-Gravier)
2000년 가나아트 센터 개인전
2014년 한국 국립현대미술관 초대전.(창작 연대에 따라 4부분으로 전시: '추상의 실험: 1950년대 중반~1970년대 초'/ '형상과 비형상의 공존: 1970년대 초~1980년대 말'/ '감각의 분할: 1980년대 말 ~ 2000년대 초'/ '미완(未完)의 미학: 2000년대 초 ~ 현재' )

유이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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