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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세 여중생과 동거한 기획사 대표, 무죄

15세 여중생이 만난지 일주일도 안돼 42세의 연예기획사 대표와 성관계를 맺었다. 과연 이 성관계는 사랑에 의한 자발적인 행동이었을까?

2011년 8월 중학교 3학년에 재학중이던 A양은 교통사고로 서울의 한 병원에 입원해있었다. 마침 같은 병원에 입원한 아들을 보러 온 B씨와 엘리베이터에서 우연히 마주쳤다. 유명 연예기획사를 운영하는 B씨는 키도 크고 예쁘장한 얼굴의 A양에게 명함을 주며 접근했다. B씨는 이튿날 “바람이나 쐬자”며 A양을 불러내 차에 태워 한강 둔치 주차장까지 가서는 얼굴을 부여잡고 자신의 쪽으로 끌어당기는 행동을 했다. 다음 날에도 아들 병실로 A양을 불러 강제로 키스까지 했고 며칠 뒤에는 자신의 차량에서 성관계를 가졌다.

두 사람은 그 뒤로도 몇 차례 성관계가 더 가졌고 한번은 유사 성행위를 하는 모습을 B씨가 동영상으로 촬영까지 했다. 결국 A양은 임신했다. 이 사실을 알게된 B씨는 화를 내며 연락을 끊었다. 낙심한 A양은 손목을 자해한 사진을 SNS 계정에 올려 문제가 커질 조짐을 보이자 B씨가 태도를 바꿨다. 결국 A양은 2012년 4월 가출한 뒤 B씨 집에서 동거에 들어갔다. 한 달 뒤 B씨가 다른 사건에 연루돼 구속되자 교도소에 찾아가 접견을 하기도 했다.

연말 쯤 A양은 아이를 출산했다. 그러고는 B씨 집을 나와 그동안 하지 않았던 말을 꺼냈다. 성관계는 B씨가 강제로 한 것이고, 그의 집에 머문 것도 B씨가 가출을 권유해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이다. A양 가족의 신고로 B씨는 구속 기소됐다.



사건은 이렇게 마무리 되는 듯 했다. A양이 수사기관은 물론이고 법정에서까지 비교적 분명하게 당시 상황과 그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던 사정을 진술했기 때문이다. B씨는 일관되게 “두 사람이 사랑해서 한 행동”이라고 주장했지만, 1심 재판부는 B씨 죄질이 나쁘다며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강간죄와 미성년자 유인, 성폭력범죄처벌특례법(카메라 촬영) 등의 죄목이 적용됐다. 2심 재판부 역시 지난 7월 모든 죄목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지만 초범인 점을 고려해 형량만 3년 깎아줬다.

그런데 넉 달 만에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대법원이 최근 B씨의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낸 것이다. 대법원 3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사건 기록을 검토한 결과 유일한 직접증거인 A양의 진술을 모두 믿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의 의심을 산 대목은 A양이 B씨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와 B씨 수감후 교도소에 찾아가 만난 접견기록, 교도소로 보낸 편지였다. 특히 교도소에 보낸 편지에는 “사랑한다” “보고싶다” “함께 살고싶다”는 등의 애정표현이 가득차 있다. 서신을 형광펜으로 편지지를 꾸미고 하트 표시를 그려넣기도 했다. 또 카톡 문자메시지에도 “처음 보자마자 반했다”는 내용이 수백차례 남아 있었다.

물론 A양은 “그렇게 하지 않으면 B씨가 화를 내고 욕설을 하기 때문에 무서워서 그랬다”며 “아이를 무사히 낳을 수 있을 지 걱정스런 상황에서 집에서 쫓겨나지 않기 위한 수단이었다”고 자발성을 부인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메시지와 편지를 종합하면 A양은 처음 볼 때 부터 B씨에게 사랑을 느꼈고, 이같은 감정이 계속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A양의 성적이 비교적 상위권이었고, 만난 지 일주일도 안돼 스스로 성관계를 원할 정도로 성숙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전혀 판단이 이뤄지지 않았다.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로 사건은 서울고법에서 다시 심리될 예정이다. 형법상 미성년자와 간음하면 동의 여부와 상관 없이 징역 5년 이하의 처벌을 할 수 있다. 하지만 형법상 미성년자는 만 13세까지로 A양처럼 15세인 경우 합의에 의한 성관계는 처벌이 불가능하다. 대법원 관계자는 “파기환송심에서 검찰이 B씨 혐의를 돈을 주거나 거짓 또는 협박에 의한 강간으로 바꿀 수는 있다”며 “그 경우에도 돈이나 대가가 오갔는지, 거짓 또는 협박이 있었는지 검찰이 입증해야만 처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현철 기자 chd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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