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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자유게시판 예절

인터넷상의 자유게시판의 활성화는 자유로운 의견 개진과 활발한 소통으로 민주주의 요체인 다수에 의한 의사결정의 기능을 확대시켜 왔다. 이제는 훈련된 기자나 특정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경로를 통해 누구나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고, 이는 실제로 글쓴이가 속한 공동체의 여론형성과 정책결정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자유게시판의 글을 읽고, 글을 올리는 일은 이제 더 이상 특정인의 전유물이 아니다.

모든 종류의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 책임이 결여된 자유는 방종으로 흐를 수밖에 없고, 필경에는 ‘서로의 자유를 구속하는’ 원치 않는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다. 게시판에 자유롭게 글을 올리기 위해서는 어떠한 책임이 따를까.

먼저 예의를 지켜야 한다. 온라인 게시판이 갖는 익명성은 솔직하고 활발한 의사 표현을 위한 기능을 하기도 하지만, 예의 없는 감정적 비난을 조장하기도 한다. 모든 글에 ‘좋아요’만 누르라는 말은 아니다. 반대를 하거나 비판을 하더라도 최소한의 교양과 품위는 갖추었으면 한다.

둘째, 게시판 사용에 대한 제한은 신중해야 한다. 게시된 글의 판단에 대해서는 대체로 독자의 양식에 맡기는 것이 성숙한 공동체의 모습일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구성원 각자가 게시 글을 온전하게 분별하고 판단할 수 있는 소양(인문학적 교양과 한 편에 집착하지 않는 지혜)을 갖추기에 노력해야 한다. 게시 글에 대한 섣부른 제한은 자유게시판의 최대 장점인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



셋째, 게시판을 도배해서는 안 된다. 여기에서 도배란 ‘비슷한 내용의 글을 상당한 기간 게시판에 반복해서 올리는 것’을 말한다. 이는 토의시간에 시간을 독점하는 것과 같으며, 계몽하려는 듯한 태도는 독자의 양식을 무시하는 처사이다.

넷째, 비단 글을 쓰는 경우에만 해당되는 내용은 아니지만, 글을 올릴 때에는 한 편에 치우쳐서는 안 된다. 어느 학부모님이 교당에 오셔서 자신의 딸이 겪은 억울한 일을 하소연하였다. 기말고사 중에 옆에 앉은 백인 학생이 자신의 딸의 시험지를 훔쳐봤음에도 담당 선생님은 백인 학생의 점수는 인정하고 자신의 딸의 점수는 0점 처리를 했고, 이는 그 선생님의 평소 인종차별적 성향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물론 아버지 말씀이 사실일 수도 있지만, 무엇인가를 빼고 말씀하셨거나, 사실과 조금은 다를 가능성이 더 크다는 생각이다. 놀라운 것은 이야기를 듣고 있던 모든 분들이 아버지 말만 듣고는 이구동성으로 그 선생님을 비난했다는 사실이다. 한편의 입장에서 쓴 글을 볼 때는 균형감을 유지하기에 노력해야 한다.

나의 경우, 대중을 대상으로 글을 올리는 경우에는 아무리 사소한 내용의 짧은 글이라도 글을 올리기 전에 명상이나 기도를 통해 어딘가에 집착해서 균형을 잃지 않았는지 살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구시화문(입은 재앙의 근원)’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죄를 짓기 쉬운 것이 입이다. 어떤 일에 대해 대중 앞에 의견을 개진하는 일은 신중하고 또 신중할 일이다.

양은철 교무 (원불교 LA교당)
drongiand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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