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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지구촌 주민으로 살아가기

모니카 류/암 방사선과 전문의

"어~서 왔능교?" 한 한국 아주머니가 나의 등을 다독이면서 강한 경상도 사투리로 말을 걸어왔다. 지난 달 터키 여행을 갔을 때 이스탄불에 있는 돌마바흐체 궁전 화장실에서 만난 분이었다. "아이고, 고향 떠나 얼마나 힘드요" 하며 내 등을 쓸어 주고는 마치 옛 친구처럼 '건강하라'는 인사말을 남기고 자리를 떴다.

돌마바흐체 궁전을 방문한 10월 29일은 터키 독립기념일이었다. 가을 비 내리던 돌마바흐체 궁전의 잘 가꾸어진 정원은 아름다웠고 방문객으로 붐비고 있었지만 왠지 외로움이 느껴졌다. 경상도 아줌마에게 비친 나의 모습을 내가 잠시 보아서였을까?

오스만 제국 때 가졌던 광활한 영토를 거의 다 잃었지만 터키는 아직도 남한의 약 8배나 되는 큰 나라다. 자신의 영역을 지키려고, 또 더 큰 땅을 차지하려고 싸워 온 그들의 이야기는 터키 박물관에 전시된 반짝이는 무기들 속에 묵묵히 숨겨져 있었다. 그곳에서 나는 잠깐 내 자신이 누구인지를 혼동했었다. 터키라는 나라에 와서 그들의 역사와 문물을 보면서 나를 포함해 이주하는 인간들을 생각했다.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고맙고도 미안한 터키를 뒤로 하고 LA 집으로 돌아오니 베테런스데이가 됐다. 미국엔 군인과 관련된 기념일로 메모리얼데이와 베테런스데이가 있다. 메모리얼데이는 나라를 위해 싸우다 숨진 이들을 기억하는 날이고 베테런스데이는 군출신으로 생존해 있는 사람들을 기억하는 날이다. '베테런'이라는 말은 라틴말 '베테라누스(veteranus)'에서 나온 말로 '늙다(old)'라는 뜻이다. 1차대전이 종결되기 7개월 전 독일군과 연합군은 11번째 달, 11번째 날, 11시에 임시휴전을 정했다. 여기서 유래해 베테런스데이는 11월 11일에 기념한다. 올해 처음으로 터키 노병들과 다른 나라에서 한국에 왔던 노병들을 생각해 보았다. 몇 명이나 살아 있을까?



'어쩌다/ 울타리 밖에 나온 우리들/ 교포라/ 해외동포라 이름하는데/ 김태정 님은 무궁화 수(樹)로 한반도를 만들고/ 한 뿌리/ 같은 색의 꽃을 피우며/ 조국이라 하는데/ 나는 삼천리 강산을/ 연못으로 파고….' 13년전 전 중앙문예에 당선 되었던 반병섭 님의 '교포의 정원'이라는 시이다.

인간은 뜻을 갖고 활동지역과 쉼터를 옮긴다. 역사는 큰 공동체의 이동을 가르쳐준다. 이로 인한 생활방식의 변화는 불가피하다. 민족이 섞이기도 하고 종교가 단일화되기도 한다. 언어도 변하고 문화도 변한다. 인간들의 이동은 이 순간에도 일어나고 있다. 터키의 경우를 보아도 터키라는 이름이 붙은 것이 1923년이고 그들의 조상들이 불렀던 나라 이름만도 무척 많다. 예를 들면 우리에게 친숙한 트로이, 히타이트, 파가몬, 비잔틴, 로만, 오토만 등이다. 이를 보면 어느 나라에도 단일민족은 없는 것 같다.

며칠 전 오바마 대통령이 불체자 추방유예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진심으로 환영한다. 모든 사람들이 주인이 되어야 할 지구촌, 한 곳에 울타리를 치지 말고 어디로든 갈 수 있고, 어디서든 살 수 있는 세상이 돼야 한다. 그래야만 이 땅의 전쟁은 사라지고, 우리 같은 이민자들은 지구촌의 진정한 주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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