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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구잡이 약탈·방화 "막아낼 방법이 없어요"

피해 한인 업주들 발동동
불기소 처분 예상하고
나무판 등 대비했지만
한인 운영 30여업소 중
8곳 피해·2곳은 전소

"예상은 했었지만 당해낼 재간이 없네요."

미주리주 퍼거슨시가 또 다시 불길에 휩싸였다. 깨졌던 유리창은 또 깨지고, 간신히 원상태로 돌려놓았던 거리에는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지난 8월, 마이클 브라운(18) 사망 직후 벌어졌던 대규모 시위보다 더 격해진 분위기다.

브라운을 사살한 대런 윌슨(28) 경관에 대해 불기소 결정이 내려진 24일, 퍼거슨시는 약탈과 방화가 난무하는 무법지대가 됐다. 퍼거슨시는 주도인 세인트루이스에서 차로 15~20분 걸리는 흑인밀집지역으로 한인업소 약 30개가 자리 잡고 있다. LA로 치면, 퍼거슨시는 사우스LA의 잉글우드나 캄튼, 린우드에 해당한다.

한인들이 모여 사는 체스터필드나 클레이튼과는 떨어져 있지만 흑인을 고객으로 한 한인 뷰티서플라이 업소가 많다.



한인 업주들은 이날 밤 TV를 통해 자신들의 생활터전이 아수라장으로 바뀌는 상황을 지켜봐야 했다. 현지 한인들에 따르면 25일 정오까지 한인업소 8곳이 피해를 입었고, 이중 뷰티서플라이 업소와 휴대전화판매점 각각 1곳은 전소됐다. 브라운 사망 이후 3개월 동안 매일 50~100명이 참석하는 시위를 보며 '언젠간 일어날 일'이라 예상했지만 충격은 컸다.

세인트루이스 한인미용업협회 이수룡 회장은 "약 1달 전부터 윌슨 경관이 불기소 될 거란 소문이 돌았고, 몇 몇 비지니스 업주들은 내년 1월로 결정을 미뤄달라고 청원하기도 했었다"며 "분위기가 싸해지는 것을 느낀 한인 업주들은 유리창을 나무판으로 막는 등의 대비를 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고 말했다. 조원구 세인트루이스 한인회장은 "'황당하고 경악스럽다'라고 밖에 이 기분을 설명할 길이 없다"며 "아직 상황이 끝나지 않아 더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무차별적인 공격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 한인들은 출입통제가 해제되는 오전에도 업소 문을 닫았다. 퍼거슨시에서 뷰티 서플라이 업소를 운영중인 이복제 미주리 체육회 이사장은 "언제까지 문을 닫아야 할지 모르겠다. 업종에 관계없이 부수고, 불을 지르니 종업원들이 다칠까 무서워 문을 열지 못하겠다"며 "퍼거슨에 사는 흑인들보다 타 지역에서 건너온 시위세력이 더 많은 것 같다"고 전했다.

이번 사태에 대한 퍼거슨 한인들의 마음은 복잡하다. 흑인들의 설움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이도 있지만, 생활터전을 잃어버린 고통도 크다. 세인트루이스 지역 한인 언론사에 근무하는 배준형(42)씨는 "퍼거슨에 사는 흑인들은 대부분 순박한 시골사람들이다. 시위대가 약탈을 일삼는 게 아니라 시위 때문에 어지러운 틈을 노린 이들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이복제 이사장은 "흑인들 때문에 먹고 살지만 솔직히 이해할 수 없다. 경찰이 절도범을 향해 총을 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다"며 "과잉진압에 항의하는 심정은 이해가 되지만 약탈과 방화 행위는 말이 안 된다"고 덧붙였다.

구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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