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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감사할 줄 모르는 '부끄러움'

[LA중앙일보] 발행 2014/11/26 미주판 22면 기사입력 2014/11/25 20:46

김완신/논설실장

노동요는 말 그대로 일을 할 때 부르는 노래다. 노동현장에서 지은이 없이 자연스럽게 생성돼 전해내려 오는 것이 특징이다. 한국의 경우도 노동요는 고된 작업을 잊으려는 목적에서 만들어졌다. 흥겨운 리듬에 맞춰 노래를 부르면서 노동의 부담을 덜었고 반복되는 음은 작업 동작을 통일하는 효과도 있었다. 미국 노동요는 흑인노예 농장에 기원을 두고 있다. 힘들고 지루한 작업에 활력을 주기 위해 소리와 동작을 가미한 형태로 발전해 후에 블루스와 영가의 원조가 됐다.

노동요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전세계에서 구전되는 노동요의 가사 내용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눈다. 노동을 권면하거나 노동의 현실을 자조하는 내용이 대표적이다. 즉 작업의 흥을 돋우는 노동요도 있지만 노동의 비참한 현실이나 일에 얽매인 사람들의 신세를 한탄하는 소재도 많다.

이 같은 노동요의 속성과 비교할 때 인도북부 라다크 지역의 노래는 조금 다르다. 스웨덴 출신 여성작가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의 저서 '오래된 미래(Ancient Futures)'에는 라다크 주민들이 씨를 뿌리면서 부르는 노동요가 나온다.

'신들이시어, 대지의 신령들이시여, 하나의 씨앗에서 100개의 곡식이 피어나게 하소서… 신들에게 바칠 수 있도록 많은 수확을 주소서, 사원에 공양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도울 수 있도록 많은 수확을 주소서.'

라다크의 주민들의 노동요를 보면 생활의 굴레가 된 노동에 대한 원망이나 한탄이 없다. 그보다는 풍요를 기원하고 수확한 곡물로 대지에 감사하려는 마음이 담겨 있다. 가난한 사람들을 돕겠다는 나눔의 정신도 있다.

행정구역상 인도 잠무카슈미르 주에 속한 라다크는 티베트 접경에 위치한다. 1년 중 8개월이 섭씨 영하 25도 이하의 혹한이어서 식물이 자라는 기간은 4개월에 불과하다. 부족한 천연자원에 산악지역에 고립돼 있어 얼마전까지만 해도 모든 것을 자급자족해야만 했다.

20여년간 이곳에서 주민들과 생활해온 헬레나 호지는 감사하는 마음이 척박한 땅에 사는 주민들에게 행복을 가져다준다고 강조한다. 라다크 지역도 1970년대 시작된 서구화 영향으로 많이 변모했지만 감사의 전통은 면면히 전해지고 있다.

누구나 세상에 태어나면 '수고하고 짐지는' 노동을 하며 살아간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세상을 살아가는' 노동에서 완전히 벗어난 사람들은 없다. 그 노동을 불만과 자조로 할 것인지, 감사의 마음으로 할 것인지에 따라 삶은 달라진다. 불만의 사람은 원망을 쏟아내며 무거운 발거음을 떼고, 감사의 사람은 기쁨의 행진을 한다.

TV프로 진행자 데보라 노빌은 저서 '감사의 힘(Thank You Power)'에서 감사가 주는 긍정적인 힘을 말한다. '감사'라는 말에 생활을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는 것이다. 노빌은 책에서 "불행한 사람들은 자기가 갖지 못한 것을 보면서 신세를 한탄하지만 행복한 사람은 자기가 가진 것에 충분히 만족하며 감사를 느낀다"고 강조한다. 그는 또 감사의 단계로 첫번째 늦기 전에 주변 사람들에게 감사하고, 두번째 세상 모든 것에 감사하고 마지막으로 자신에게 감사할 것을 권한다.

세상의 종교도 감사를 최고의 덕목으로 생각한다. 기독교는 크리스천의 기본 자세로 감사하는 마음을 강조했고, 불교의 마음 수양 첫 단계도 감사에서 시작된다. 이슬람 코란도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 천국의 부름을 받는다고 했다. 감사는 모든 미덕의 출발이다.

내일(27일)은 추수감사절이다. 올해의 무사함과 주변의 모든 것에 감사하는 날이다. 우리는 감사하며 살고 있을까. 매년 추수감사절을 소재로 글을 쓰지만 부끄러운 끝맺음은 변함이 없다. '감사할 줄 모르고 살아온 한 해를 반성하며 또다시 추수감사절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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