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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사람답게 살게하는 '이민개혁'

신승우/사회부 차장

2010년 5월,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열린 '이민개혁 촉구 전국 총궐기대회'에 한인 시위대와 함께 동행취재를 간 적이 있다. 당시 일행들은 일부 서류미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신분증을 모두 인솔자에게 반납했다. 버스가 불심검문을 당하더라도 단체행동을 하기 위해서였다. 내 손에 신분증이 없다는 사실로 인해 1박2일간의 일정 내내 '혹시나'하는 두려움을 느껴야했다.

자녀를 낳고 살면서 매일 이러한 두려움에 사로잡혀 사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서류미비자들이다. '만일 내가 잘못되면 어린 자녀를 두고 본국으로 추방되지는 않을까'라는 공포심을 갖고 생활한다.

지난 20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민개혁 행정명령을 발동하면서 이런 공포감에 시달리던 440만 명이 이제는 떳떳하게 살 수 있게 됐다. 행정명령에 따르면 시민권자와 영주권자 자녀를 둔 부모 중 2010년 1월1일 이전에 미국에 들어와 5년간 연속적으로 거주한 사람은 향후 3년간 추방을 유예받는다.

그뿐 아니다 합법적 노동허가도 받는다. 한인들도 약 10만 명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여 크게 반기는 분위기다. 많은 사람들이 인권적 차원에서 환영하는 입장이다.



물론 아쉬운 부분도 많다. 불체청년 추방유예(DACA) 수혜자 부모가 대상에서 빠지는 등 기대보다 수혜 폭이 좁다는 이유다. 유효기간이 3년이고 차기 대통령이 행정명령에 반대한다면 취소가 될 수도 있다. 이번 행정명령의 수혜자 친인척들과 이민자커뮤니티가 어쩔 수 없이 민주당 대선 후보를 뽑게 하려는 고도의 정치적인 계산이 깔렸다는 비판도 있다.

한인사회를 포함해 이민자 커뮤니티에 희망이 전해오는 순간, 뜻밖의 인터뷰를 대하고 실망한 적이 있다. 한인사회의 모 경제 단체장이 "앞으로 인건비에 대한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민개혁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민개혁 이슈는 다분히 정치적인 내용이 포함돼 공화당 지지자들중 상당수는 반대의 입장을 보인다. 이들은 '사면'에 가까운 이민개혁이 아니라 합법적 이민을 우선 확대하자는 입장이다. 이러한 논지에서의 반대와 비판은 건설적이며 얼마든지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불법적으로 최저임금 이하의 인건비를 지급했는데 이들이 노동허가를 받으면 '줄 것 다 줘야하기 때문에' 부담이 늘어나 이민개혁을 반기지 않는다는 취지의 발언은 이해하기 어렵다.이런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 단체장을 맡고 있다니 실망스러울 뿐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발표를 하면서 가장 강조한 문구가 아직 선명하게 기억난다. 바로 '미국은 이민자의 나라'라는 것이다. 이민자들이 국가의 당당한 구성원으로 살아갈 때 비로소 사회는 안정을 찾는다. 운전면허만 봐도 그렇다. 정상적으로 면허를 취득하고 보험에 들어야 다른 사람이 피해를 보지 않는다. 노동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합법적으로 일하고 세금을 내야 기존 납세자의 부담이 줄어든다.

이런저런 이유를 떠나서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희망이 생겼다는 것만으로 대통령의 이번 결단을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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