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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동양식 엄마와 서양식 딸

수잔 정/소아정신과 전문의

동양과 서양의 문화 차이에 대해 다른 부모에게 가르치는 입장에 자주 서지만 나 자신도 선뜻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이 많다.

딸들의 결혼식 때, 딸들은 자신들이 허락한 숫자만큼의 하객만 초청하라고 했다. 그 이유는 결혼이 자신들의 결혼이지 엄마의 결혼이라는 아니라는 것이다.

동양식 사고방식은 집단자아가 개인보다 우선이다. 즉 가족 전체의 경사이니 부모의 지인들도 자녀 친구에 못지않게 중요한 하객이 된다. 그러나 딸들은 서양문화에서 태어났고 길러졌으며 거기에 적응하며 살아왔다.

그들은 서구인들이 추구하는 개인의 자아를 중요시한다. 혼자서 일어설 수 있고, 인생의 희로애락을 스스로 해결하며, 독립해 살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바로 서양식 가치관이다. 서양식 가치관을 가진 자녀들은 '우리'의 결혼이 아니고 '나'의 결혼인데 왜 부모 친구들이 많이 와야 하는가라고 반문한다.



내가 존경하는 한 정신과 의사는 집단자아 대 개인자아 외에도 우리 정서에 녹아들어 있는 한, 체면, 정, 눈치, 팔자 등의 정서에 대해 많은 연구를 하셨다. 서양문화에서 자란 아이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특정 그룹이나 개인의 분위기를 눈치로 알아차리고 그에 맞게 행동한다. 그러나 아이들은 어떤 느낌이나 사건을 이야기해야만 한다고 믿는다. 우리는 아프거나 서러울 때에 주위 사람들이 눈치를 채고, 따뜻하게 돌봐주기를 바란다. 반면에 우리의 아이들은 엄마가 어디 아프다거나 실의에 빠졌을 때 자신들에게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어떻게 아느냐고 반문한다.

'말을 해서 위로받을 바에야 차라리 앓느니 죽지'라는 생각이 들어 야속하지만 별수가 없다. 침묵은 금이라고 배웠고, 가족이 둘러앉은 식사시간에는 조용히 하고 속상한 일이 있어도 꾹 참아야 했다. 이렇게 눈치를 보면서 하는 간접적인 표현이 고작이었는데 이곳에서 자란 2세 아이들은 유치원 때부터 '느낀 것을 겁내지 말고 모두 말하라'고 배운다. 주변 사람들의 눈치를 보면 오히려 자신이 없는 아이라고 교사에게 꾸중을 듣는다.

이런 이유로 우리 세대에는 한이 쌓인 분들이 많은지도 모른다. 하고 싶은 말들을 아래 윗사람 가리지 않고 쏟아부을 수 있다면 한이 쌓이지도 화병이 생길 일도 없으리라. 대신에 모든 감정을 밖으로 쏟아내다 보니 부부문제가 커져서 이혼이 많고 걸핏하면 애매한 사람들이 총기사건의 희생양이 되어 죽어가기도 한다.

동양인은 자신의 것을 소중히 여기면서 서양의 좋은 점은 배워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래야만 글로벌 시대에 걸맞은 세계인이 될 수가 있다. 우리 민족의 정서 중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멋이다. 어떤 사람은 멋지게 태어나기도 하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자연을 즐기고 예술에 조예를 쌓으며, 인생을 아름답게 사는 지혜를 가졌다면 멋들어진 인생을 사는 것이다. 동양식 사고에서 '약간' 벗어난다고 해도, 체면에 구속되지 말고 팔자를 뛰어 넘는 배짱으로 주위 사람들과 정을 나누며 사는 것이 멋진 인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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