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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별일 없어요" 감사·행복

오늘 추수감사절 모처럼 가족 한마당
사랑과 맛에 '흠뻑'…그리운 정 '뚝뚝'

버뱅크에 사는 신모씨는 올해도 '생스기빙데이 터키'를 나눌 생각에 기분이 설렌다. 주위에 친.인척이 없어 명절 때마다 쓸쓸함이 컸던 신씨는 자녀들의 성화로 3년 전부터 터키 요리를 시작했고, 이웃과 음식을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명절 분위기를 만끽하고 있다. 처음엔 신씨가 준비한 터키 요리만이었지만 해를 거듭하면서 이웃들도 다양한 음식을 가져 와 식탁엔 먹을 것이 넘쳐난다.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고 했던 것 역시 풍성한 먹을거리들 때문이었을 테니, 명절 기분이 절로 든다.

취향이 다른 이웃들이 모이다 보니 이야깃거리도 끊이질 않는다. 애들은 애들끼리 어른은 어른들대로 모처럼 '명절 놀이'에 흠뻑 빠지기도 한다. 건전한 '윷놀이'부터 살짝 도박성 있는 '고스톱'까지, 이민 오기 전 한국에서 보내던 '그 맛' 그대로다.

이웃과 함께 하는 새로운 추수감사절,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다. "말이 추수감사절이지 사실 한국의 추석 느낌은 없었어요. 친척도 없으니 달랑 네 식구가 집에서 하루 쉰다는 것 말고는 의미가 없었지요. 더구나 터키 요리도 생소한데다 한 마리 양이 워낙 많다 보니 도전할 엄두도 내지 못했지요."

그런 신씨가 마음을 고쳐 먹은 것은 중학생 아들의 요구 때문이었다. "연휴를 보내고 학교에 가면 터키를 먹었느냐는 친구들의 질문에 나름 고민이 컸었나 보더라고요. 그래서 한 번 준비를 했는데, 역시 한 가족이 먹기는 너무 많았고, 평소 가깝게 지내던 몇 몇 이웃을 불렀던 게 의외로 반응이 좋아 이제는 추수감사절이 진짜 추석처럼 됐네요."



실제 미국에 가족이 별로 없는 한인들은 터키 요리를 나누기 시작하면서 신씨처럼 명절을 되찾는 경우가 많다. 산타클라리타에 사는 김모씨도 한 가족 식사론 양이 많은 터키를 서너 가족이 어울려 나누면서 추수감사절을 즐기고 있다.

집 떠난 자녀들이 집으로 돌아오는 것만으로도 추수감사절이 고마운 사람들도 있다. 대학에 다니거나 직장 혹은 배우자를 좇아 타주로 이주한 자녀가 연휴를 맞아 귀향하면 명절 분위기는 두 배 이상이다. 귀향한 삼촌, 조카를 보기 위해 주변의 친척 서너 명만 가세하면 금세 10여 명이 훌쩍 넘어간다. 내 가족들끼리라면 꼭 터키가 아니어도 충분하다. 한인타운 치킨집들이 추수감사절에 평소보다 2~3배 이상 매출을 기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라크레센타에 거주하는 김모씨는 텍사스에서 대학에 다니는 아들이 연휴에 맞춰 오자 친척들까지 불러 '치맥(치킨+맥주)파티'를 할 것이라고 벌써 몇 달 전부터 별러 오기도 했다.

한인회사들과 달리 미국 회사들은 추수감사절 연휴가 좀 긴 편이라 가족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온천 같은 곳을 정해 아예 처음부터 지정 장소로 모여 색다른 명절을 보내거나, 스키 여행으로 본격적인 겨울의 시작을 맛보기도 한다.

물론 여전히 많은 한인들에게 추수감사절은 '추석' 같지 않다. 하지만 한 해가 저무는 마당에 모처럼 가족, 이웃과 모여 도란도란 이야기하고 음식을 나누려는 넉넉한 마음만큼은 '그들'과 다르지 않은 한인들의 추수감사절이기도 하다.

김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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