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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서구문화 대안으로 자리잡아”

한류 연구중인 엘론대학 영문과 앤더슨 교수
한류 팬들 절대다수가 흑인·여성들
‘주류’ 진출하려다 마니아층 잃을수도

K팝, 한국 드라마 등 ‘한류’의 열풍은 이제 미국에서도 낯설지 않다. 한국문화에 열광하는 타인종 젊은이들은 주변에도 흔히 찾아볼수 있다. 한국에서 한국인들만을 위해 만들어진 문화가 바다건너 미국에까지 호응을 얻고 있는데 대해, 많은 한인들이 자부심을 가지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이유를 궁금해한다.

이에 대해 K팝을 연구하는 노스 캐롤라이나 엘론대학 크리스탈 앤더슨 영문과 교수는 “K팝이 서구문화의 대안으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핸다. K팝의 팬 문화를 연구하는 소수의 학자중 하나인 그는 최근 지난 20일 조지아주립대(GSU) 강당에서 ‘K팝 특강’을 가졌다. 앤더슨 교수에게 미국내 ‘한류’의 실체와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 K팝을 연구하게 된 계기는.
“K팝의 글로벌 팬 문화는 이제껏 볼 수 없었던 현상이다. 인종, 문화, 국가, 언어, 세대의 장벽을 허물고 있다. 그래서 이스라엘부터 러시아까지, 전세계인들을 한데 모으는 ‘소프트 파워’에 대해 호기심이 생겼다. 힙합 음악도 세계적인 성공을 거뒀지만, K팝처럼 사람들을 한데 모으진 못한다.

하지만 K팝에 대한 사랑은 학자보다 팬으로서 시작됐다. 넷플릭스에서 처음 ‘내 이름은 김삼순’을 접하고 한국문화에 빠져버렸다.”(웃음)



- 미국의 K팝 팬들은 누구이며, 무엇에 열광하는가
“미국의 K팝 팬들은 인구학적 특징이 있다. 조사결과, 절대 다수가 여성이고, 과반수 이상이 흑인이다. 도심문화권(urban)에서 외국어나 외국문화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일본 애니메이션 팬들이 한국 문화로 ‘갈아타는’ 경우도 많다.

-대체 K팝의 어느 부분이 한국적인가.
“음악 자체보다는 고난이도의 안무와 끊임없는 변화가 K팝의 가장 큰 특징이다. 미국인들에게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가는 이유다.”

- 미국이나 세계 대중문화에 있어서 K팝의 존재는.
“전세계 팬들이 비영어권 컨텐츠에 열광한다는 점에서 1960~70년대 전성기를 누린 홍콩 액션영화와 비슷하다. 홍콩 액션물은 호금전 감독의 협녀(1969), 이소룡의 용쟁호투(1973) 등 걸작들이 전세계적으로 성공한 뒤, 두터운 팬층이 형성됐다. 미국에선 특히 도심, 흑인 문화에 깊이 파고들었다.

K팝도 미국에선 유색인종을 중심으로, 세계적으로는 중동, 남미, 러시아 등에서 자생적으로 팬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는 세계인들이 K팝을 미국식 서구 문화의 대안으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뜻한다. 만일 K팝이 전세계 젊은이들의 머릿속에 ‘비 서구문화’의 대명사로 각인될 수 있다면 ‘대박’이 될 것이다.”

- 소수의 ‘하위문화(subculture)’로 남을 것이라는 뜻인가
“소위 ‘주류’ 진출 시도는 계속 있을 것이다. 그룹 2NE1의 멤버 씨엘은 최근 영어 음반을 발매했고, 그룹 JYJ는 미국 프로듀서들과 음반작업 중이다. 이전에도 세븐, 원더걸스가 비슷한 시도를 했으나 실패했다.

미국에서 비영어권 음악은 상업적으로 성공한 전례가 없다. 주류시장 진출보다 K팝만의 개성을 유지하는게 중요하다. K팝 팬들에게 전략적으로 마케팅을 펼치면 어느정도의 상업적 성공을 거둘 수 있겠지만, 소위 ‘주류’에 진출하려다 마니아층마저 잃게 될 수도 있다.

1970년대 후반 영어로 된 졸작들이 잇달아 실패를 거두며 결국 ‘한물간 유행’이 되어버린 홍콩액션영화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된다.”

- 미주 한인사회와 K팝의 관계는
“많은 팬들의 ‘K팝 사랑’은 음악에 멈추지 않는다. 다행히 미국 웬만한 중소도시에는 한국마트나 식당이 있어 미국 팬들은 비교적 쉽게 한국문화를 접할 수 있다. 한국어를 배우러 한국 교회에 가는 사람들도 늘고있다.

하지만 미국인 K팝 팬들이 ‘한국에 대한 막연한 동경심’을 실제 접하는 한인과 한국문화에 대한 애정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지가 문제다. 또 한인사회가 다른 인종의 K팝 팬들을 받아들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 ‘K팝이 죽었다’는 말도 들린다
“K팝을 잠시 지나쳐가는 유행으로 평가절하하는 것은 미국 주류 매체가 외국문화를 다루는 무지한 시각일 뿐이다. 한국 대중문화의 역사나 세련미, 에너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또 K팝의 제작과정을 살펴보면, K팝은 더이상 한국만의 문화가 아니다. 미국인 프로듀서, 안무가들을 빼놓고는 K팝을 논할 수 없다. 한류가 갑자기 사라지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조현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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