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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포커스]'정의'를 외치는 진짜 이유

[LA중앙일보] 발행 2014/12/01 미주판 18면 기사입력 2014/11/30 19:15

김 동 필/사회부장

"보석상에 들어갔더니 직원들이 나를 보자마자 보석 보관함을 잠그더군요. 구두가게에선 직원들이 나를 따라다녔습니다. 백인 고객처럼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란 말도 없이…." 지난해 뉴저지 주 최초로 흑인 연방 상원의원에 당선된 코리 부커 의원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0대 시절 겪었던 일들이라며 털어 놓은 얘기다. 이 뿐만이 아니다. 특별히 잘못한 일도 없는데 경찰의 불심검문을 받았고 경찰관 6명에게 둘러싸여 30여분간 범죄자 취급을 당한 적도 있다고 했다. 그의 나이가 40대 중반(69년생)이니 20년 전의 일들이다.

민주당의 촉망받는 정치인인 그는 스탠포드 대학과 예일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로즈 장학생으로도 뽑힌 엘리트다. 그도 이런 차별을 경험했으니 미국사회의 흑인차별 의식이 얼마나 뿌리 깊은지를 보여준다. 지난 주 미국은 '퍼거슨 시위'로 전국이 들끓었다. 흑인 청소년 총격 살해 경관에 대한 불기소 결정으로 촉발된 분노가 170여개 도시로 번졌다. LA에서도 곳곳에서 시위가 벌어져 300여명이나 체포됐다. 추수감사절 연휴를 기점으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지만 아직도 불씨는 남아있다. 이번 사태에서 눈에 띄는 것은 동시다발 시위와 참여 인종의 다양성이다. 과거 흑인 관련 시위의 대부분이 유색인종협회(NAACP)와 같은 주요 흑인단체들에 의해 주도된 것이라면 이번 시위는 각 지역에서 자발적으로 만들어진 조직들이 이끌었다. 시위에 참여한 인종도 흑인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사건이 벌어진 퍼거슨시를 비롯해 전국의 시위대가 한결같이 외친 구호는 '정의 없이 평화도 없다'였다. 표면적으로는 비무장 청소년을 총격 살해한 백인 경관이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이지만 그 속에는 공권력 남용에 대한 불만과 사회구조의 불평등에 대한 항의의 뜻이 담겨있다.

미국사회에서 백인과 소수계의 완전한 평등이 이루어졌다고 보기는 아직 어렵다. 제도적으로는 근접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불평등은 여전하다. 이런 상황은 백인과 흑인사회를 비교한 각종 지표에서 확인이 된다.(아쉽게도 아시안과 백인, 히스패닉과 백인을 비교한 자료는 많지 않음) 연방노동부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흑인들의 빈곤율은 27%로 백인(12%)의 배가 넘는다. 학사 학위 이상 소지자의 실업률도 5.7%로 백인(3.5%)의 1.5배 가량 높다. 당뇨, 소아비만 비율도 흑인 커뮤니티가 월등히 높다. 이런 상황은 아시안, 히스패닉 커뮤니티도 별반 차이가 없을 것으로 짐작된다.

더구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경제적 불평등 문제는 더 심화되고 있다. 연방정부가 엄청나게 돈을 풀어 거시경제 지표는 나아지고 있지만 서민들의 살림살이는 별로 나이진 것이 없다는 불만이다.

부가 한쪽으로 쏠리고 있다는 것의 반증이다. 얼마전 경제 전문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버락 오마바 대통령 취임 이후 백인과 흑인의 경제적 격차가 더 벌어졌다고 보도해 관심을 모았다.

오바마 대통령 취임 이후 흑인 중간층 가구의 순 자산은 1만8100달러로 20% 감소한 반면, 백인은 14만 2000달러로 오히려 1% 늘었다는 것이다. 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탄생했음에도 부의 격차는 더 커진 셈이다. 당연히 흑인들의 범죄율은 더 높아졌다. 1960년대 인구 10만명당 1313명이던 흑인 수감자수가 2010년에는 4337명으로 3배 이상 늘었다고 한다. 살기는 어렵고 일자리는 없으니 쉽게 범죄의 유혹에 빠지는 것이다.

위기 모면을 위한 미봉책 대신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지 않는다면 제 2의 퍼거슨 사태는 또 벌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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