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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아시안 학생으로 태어난 '죄'

[LA중앙일보] 발행 2014/12/03 미주판 20면 기사입력 2014/12/02 21:01

김완신/논설실장

미국에 처음 왔을 때 이해할 수 없었던 것 중의 하나가 대학 신입생 선발방식이었다. 한국에서 대학에 입학할 당시, 선발방식은 단순하고 명확했다. 이른바 커트라인이다. 커트라인 안에 드는 점수를 얻으면 합격이고 0.1점이라도 모자라면 가차없이 불합격이었다. 학과 시험점수 외에 다른 요소는 전혀 고려되지 않았고 일단 받은 점수는 당락의 절대적인 기준이 됐다. 지금은 한국도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하는 등 학업 외적인 항목을 입시에 반영하고 있지만 미국처럼 절대적인 것은 아닌 것 같다.

미국 대학입시는 '커트라인' 같은 계량화된 수치가 절대적인 역할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입학사정에 주관적인 요소가 개입하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입시 결과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정부도 신입생 선발과정을 전적으로 대학의 자율에 맡겨 간섭하지 않는다.

지난 달 17일 '공정한 입학사정을 위한 학생들(SFFA.Students for Fair Admissions)' 모임이 하버드대와 노스캐롤라이나대가 아시안계와 백인 학생을 차별하는 소수계 우대정책을 시행하고 있다며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신입생의 인종별 비율을 맞추다 보니 학업 성적이 뛰어난 아시안계와 백인 지원자가 불이익을 받는다는 것이다. '커트라인' 보다 훨씬 우수한 학업성적을 기록한 학생이 단지 아시안이라는 이유로 낙방했다는 주장이다.

성적 이외의 요소를 고려한 입학사정 방식은 하버드에서 유대인의 대학입학을 제한하려는 의도로 시작됐다. 1909~1933년 하버드 총장에 재임했던 A. 로렌스 로웰은 1908년 6%였던 유대인 학생 비율이 1922년에 22%로 급등하자 유대인 학생수를 15%로 제한하는 정책을 계획했다. 당시 유대인이 미국 전체인구의 3%인 점을 감안하면 합격비율이 이례적으로 높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로웰 총장의 계획이 사전에 알려져 성사되지 못하면서 차선책으로 지금의 포괄적(holistic) 사정방식과 유사한 입시규정을 시행하게 됐다. 중소도시나 시골 지역의 우수학생들에게 혜택을 주고, 입학사정에서 중요시 해왔던 학업성적의 비중을 낮추면서 학생들의 인성이나 태도 등을 고려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결국 1933년 로웰 총장이 학교를 떠날 때 유대인 신입생 비율은 10%로 떨어졌다.

UC계 대학의 입학에서도 예전에는 아시안 학생이 소수계로 '우대'를 받았지만 이제는 오히려 차별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UC버클리의 경우 전체 학생의 38.4%(2013년 기준)를 아시안계가 차지해 백인을 앞섰다. UCLA도 2014년 기준으로 아시안 학생이 전체의 30%를 넘는다. 아시안이 캘리포니아 전체 인구의 약 13%, 미국 인구의 약 5%를 차지하는 것과 비교하면 매우 높은 비율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UC대학들도 다른 소수계 입학을 늘리기 위해 아시안계의 입학기준을 까다롭게 할 수밖에 없다.

한 세기 전 유대인 학생의 입학을 제한하기 위해 실시됐던 포괄적 사정방식이 이제는 아시안계 학생들을 겨냥하고 있다. 물론 이런 사정방식은 장점이 있다. 성적으로만 당락을 결정하지 않고 가정환경과 잠재력 등 학업 외적인 사항을 감안해 어려운 환경에서 공부한 학생들을 배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포괄적 사정방식은 전형과정에서 주관적 판단이 많이 작용해 객관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미국은 다민족으로 구성된 나라다. 교육 등 모든 분야에서 인종적 다양성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고, 입학사정도 어느 정도 학업성적 외적인 요소의 고려가 필요하다. 그러나 객관화하기 어려운 모호한 기준을 강조해, 학업성적이 우수한 아시안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 아시안 학생으로 태어났다는 것이 결코 대학입학에서 '원죄'가 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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