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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진단]행정명령 이전과 이후

오바마 대통령이 결단을 내렸다. 일단 반갑다. 그런데 너무 늦었다. 그리고 미약하다. 대통령은 최근 DAPA(추방유예 행정명령)를 발표했다. 추수감사절 직전 마련한 선물이다. 선물은 한정된 사람들만 받았다. 시민권자나 영주권자 자녀를 둔 부모다. 아울러 나이 제한의 철폐로 추가된 DACA(청소년 추방유예) 해당자들이다. DACA를 받은 자녀의 부모는 제외됐다.

USCIS가 추산한 수혜자는 490만 명이다. 전체 서류미비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자격이 돼도 신청을 못 할 수도 있다. 범죄경력 거주기록 미보유 등이 원인이다. 2년 전 시작한 DACA도 예상과 다르다. 잠재 수혜자가 120만 명이다. 현재까지 60만 명 만 신청해 승인받았다. 행정명령의 효과는 제한적이다.

지금까지의 상황을 복기해 보자. 2008년 오바마는 희망의 아이콘이었다. 당시 그는 어음을 발행했다. 취임 후 100일 내 이민개혁 추진 약속이다. 이민자 커뮤니티는 전폭 지지로 화답했다. 어음은 부도났다. 집권 전반기엔 행정부와 의회를 모두 장악했다. 그러고도 이민개혁에 실패했다.

오바마는 정치력을 모두 쏟아붓지 않았다. 건보개혁처럼 정성을 들이지 못했다. 건보개혁은 많은 논란을 동반했다. 이민개혁은 여론이 훨씬 호의적이었다.



이후 과정은 지지부진했다. 오바마는 같은 태도로 일관했다. 의회에 모든 책임을 떠넘겼다. 상원법안 통과 후 하원 공화당 지도부는 시간을 끌었다. 오바마는 무기력하게 대응했다. 사실상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결국 중간선거가 끝나고서야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선거에서 패배하고 레임덕이 시작된 시점이다. 정치환경이 가장 불리한 상태에서 내민 약한 카드다. 그것도 수혜자가 대폭 축소된 형태다. 이민개혁 추진은 용두사미로 귀결됐다. 이민자 커뮤니티의 심정은 복잡하다. 기쁨과 아쉬움이 교차한다. 행정명령은 계륵과도 같다.

앞으로의 상황을 유추해 보자. 행정명령은 최종 해결책이 아니다. 설혹 모든 서류미비자가 포함되었어도 그렇다. 현실적으로 서류미비자를 전부 추방하긴 힘들다. 산업계의 이민 노동력 수요는 높아진다. 이민개혁은 그래서 죽지 않은 이슈다. 어떤 식으로든 결판이 나야 한다.

당분간은 공화당에 달렸다. 그들은 중요한 질문에 직면해 있다. 과연 이민개혁 없이 대선에 임할 것인가. 지금 상태로는 그럴 가능성이 있다. 공화당은 한때 이민개혁 추진 시늉을 한 적도 있다. 작년에 이민개혁 요구가 한창 높아졌을 때였다.

사실 이민개혁은 금년 중간선거의 주요 쟁점이 아니었다. 이민개혁 찬성파 의원들이 대거 낙마하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선거 승리는 공화당을 고무시켰다. 그들은 이민개혁을 다룰 필요성을 지금은 못 느낀다. 지난 두 번의 대선 패배도 별로 개의치 않는다. 그들은 오바마의 승리는 예외적인 경우로 치부한다.

공화당 대선 후보들은 어떨까. 다수는 이민개혁 반대가 유력하다. 그들 앞엔 예비선거 관문이 놓여있다. 보수 당원들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 2008년의 존 멕케인이 연상된다. 그는 자타 공인 이민개혁 전도사였다. 공화당 예비선거를 앞두곤 갑자기 태도를 바꿨다.

이민자 커뮤니티에겐 새로운 시작이다. 정치력을 극대화해야 한다. 대규모 선거참여가 요구된다. 다시 한 번 캐스팅 보트로서의 위력시위다. 그러면 모든 정치세력에게 경고장이 된다. 이민개혁을 외면할 수 없는 환경이 조성된다. 행정명령은 작은 성과다. 이민개혁을 둘러싼 쟁투는 계속된다.

차 주 범

민권센터 교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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