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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더할 나위 없는' 한해였던가

이재희/사회부 차장

한국 드라마 '미생'이 화제다. 사원들은 장그래를 보며, 상사들은 오상식 과장(차장으로 승진했지만)을 보며 '나'라고 한다. 모두 내 얘기라며, 드라마가 너무 현실적이라며 공감한다. 그러면서도 이 드라마는 판타지라고 한다. 현실에서 장그래는 그 스펙으로 대기업에 취직할 수 없고, 현실에서 오상식 과장 같은 상사는 없다는 것이다.

드라마 속 대사도 화제다. 방송 다음 날이면 대사에 대한 기사가 쏟아지고 명대사들을 모아놓은 블로그 글이 올라온다. 대사 하나하나 너무 좋다고 하고 가슴에 와닿는다고 한다. 하지만 너무 현실적이면서 판타지이기도 한 이 드라마처럼 명대사 역시 맞는 말이지만 현실에서 지키지 못하는 것이 많다.

"어른이 되는 건 지 입으로 '나 어른이오'라고 떠든다고 되는 게 아냐. 꼭 할 줄 알아야 하는 건 꼭 할 수 있어야 하지. 말하지 않아도, 행동이 보여지면 그게 말인 거여. 어른 흉내 내지 말고 어른답게 행동해라." 4회에서 출근하는 장그래에게 어머니가 한 말이다. 어른답게 행동하는 건 쉽지 않다.

"위험한 곳에 과감하게 뛰어드는 것만이 용기가 아니다. 뛰어들고 싶은 유혹이 강렬한 것을 외면하고 묵묵히 나의 길을 가는 것도 용기다. 순류(順流)에 역류(逆流)를 일으킬 때 즉각 반응하는 것은 어리석다. 상대가 역류를 일으켰을 때 나의 순류를 유지하는 것은 상대의 처지에서 보면 역류가 된다. 그러니 나의 흐름을 흔들림 없이 견지하는 자세야말로 최고의 방어수단이자 공격수단이 되는 것이다." 9회, 영업 3팀에 새로 들어온 박 과장이 팀 분위기를 망치자 장그래가 한 말이다. 살면서 나의 순류를 유지하는 순간이 얼마나 될까. 나는 누군가에게 역류가 되지는 않았는지.



"정말 안타깝고 아쉽게도 반집으로 바둑을 지게 되면 이 많은 수들이 다 뭐였나 싶었다. 작은 사활 다툼에서 이겨봤자, 기어이 패 싸움을 이겨봤자 결국 지게 된다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었다. 하지만 반집으로라도 이겨보면 다른 세상이 보인다. 이 반집의 승부가 가능하게 상대의 집에 대항해 살아준 돌들이 고맙고 조금씩이라도 삭감해 들어간 한 수 한 수가 귀하기만 하다. 순간순간의 성실한 최선이 반집의 승리를 가능케 하는 것이다. 순간을 놓친다는 건 전체를 잃고 패배하는 걸 의미한다. 당신은 언제부터 순간을 잃게 된 겁니까?"

11회, 비리를 저지른 박 과장이 회사를 떠나는 모습을 보며 장그래가 한 말이다. 나는 순간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수많은 순간을 놓친 건 아닌지 돌아보게 했다.

12월. 2014년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한 해를 돌아보고 주위를 둘러보는 시간. '더할 나위 없는(13회, 오 과장이 장그래에 보낸 연말 카드에 쓰여 있는 말)' 한 해를 보냈는지, 난 누군가에게 더할 나위 없었다는 칭찬을 받을 만큼 열심이었는지, 난 누군가에게 더할 나위 없었다는 격려를 했는지 반성한다.

주위 사람들에게는 "오늘 하루도 견디느라 수고했어. 내일도 버티고, 모레도 견디고. 계속 계속 살아 남으라고(9회, 오 과장이 퇴근하는 장백기에게)"라고 토닥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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