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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흉보면서 닮아가는 인생

수지 강·라구나우즈

내가 어머니에 대해서 싫어하는 몇 가지가 있었다.

첫째는 식당이나 잔치 등에 가서 남은 음식을 싸오시는 것, 둘째는 유행이 지난 옷을 입고 다니시는 것, 셋째는 자식들이 무엇을 사드린다고 해도 필요없다며 돈 쓰지 말라고 하셨던 것 등이다.

어머니는 LA 노인아파트에 살면서 딸이 보고싶어 버스를 두번 씩이나 갈아타고 오렌지카운티까지 오셨다. 오시면 먼저 2층에 올라가 잠자리부터 챙기신다. "이왕 오셨으니 한 일주일 쉬다 가세요"라고 하면 "내일 갈란다, 이렇게 한번 봤으면 됐지 너희들에게 신경쓰이게 하고 싶지 않다"며 고집을 피우신다.

어쩌다 어머니 아파트에 가면 이것 저것을 내 놓으신다. 그런데 그땐 컵이 깨끗하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지난번 아들과 며느리가 와서 저녁을 해 주었다. 내가 접시를 꺼내주니 며느리의 표정이 조금 이상하다. 내가 "더러워 보이니?" 물으니 며느리는 아니라고 한다. 내가 전에 어머니 아파트에 가서 느낀 것을 지금 며느리가 느끼는 것 같다.

나는 며느리에게 "나도 전에 어머니한테 갔을 때 지금 너와 같은 감정을 가진 적이 있으니 괜찮아"하며 다시 접시를 씻어 주었다.

세월은 눈 깜짝할 사이에 흘러 내 나이 80을 넘어 미수를 향해 가면서 어머니와 똑같은 모습이 되었다. 남은 음식은 버리기 아까워 싸가지고 온다. 옷은 유행이 지나든 말든 끝까지 입는다. 다 못입고 죽을 옷을 사서 뭐하냐는 생각이다.

그리고 나이가 들수록 잠자리는 내 집이 최고다. 애들이 가까이 살아서 자고 오는 일은 없지만 간혹 멀리 갔어도 가급적 집으로 돌아온다. 특히 젊은 사람들과 있을 때는 일찍 자리를 떠난다.

옛말에 흉보며 닮는다는 말이 있다. 누구의 흉을 보면 언제가는 나도 저렇게 된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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