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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딸의 친구가 마음에 안들어요

수잔 정/소아정신과 전문의

15세 소녀와 엄마가 나를 찾아왔다. 얼핏 보기에 모녀라기보다 자매이거나 친구같이 보이는 젊은 엄마와 성숙한 딸이다. 엄마에게 찾아온 이유를 물으니 "애가 좋지않은 친구와 사귀기 때문"이란다. 그 친구는 동성애자일 뿐더러 집안 배경도 좋지 않다면서.

소녀에게 물으니 "친구는 동성애자가 아니라 양성애자이고 마음이 따뜻해서 좋다"고 했다.

엄마는 멕시코에서 태어나 일곱살까지 살다가 부모와 함께 미국에 왔단다. 15살에 현재의 딸을 임신해 출산했고 결혼도 그때 했다. 당시 애 아빠의 나이는 20세였는데, 자신들은 이를 악물고 열심히 일하면서 큰딸 밑으로 아이 둘을 더 출산하며 행복한 가정을 이루었다고 한다.

"그래도 우린 정말 열심히 살았어요." 그녀는 큰딸을 출산한 후 다시 학교로 돌아가 고등학교를 졸업했지만 대학에는 가지 못했다. "저랑 남편이 그토록 고생한데 대해서 저 애는 고마워 하기는커녕 말대꾸나 하고 너무 반항적이에요."



소녀가 정신과에 오게된 이유는 심한 우울증상으로 지나치게 많이 잠을 자고 많이 먹으며 자살 충동이 있기 때문이었다. 소녀가 자신이 없어져 버리면 집안이 편안할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학교 상담자에게 한 후에 상담 교사가 소녀의 허가를 얻은 뒤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정신과 치료를 꼭 받도록 충고해 병원에 온 것이다.

소녀의 삼촌이나 고모들 중에는 음주벽이 심하거나 우울증으로 자살한 사람이 있었다. 따라서 집안에 우울증에 걸릴 유전적 요소가 많았는데다 사춘기 소녀들의 체내에서 분비되는 여성 호르몬(에스트로젠)도 소녀를 우울하게 만든 원인일지도 모른다.

어른들과 달리 청소년의 우울증세는 부모가 눈치채거나 이해하기가 어렵다. 어른들은 대부분 잠을 못이루어서 고생을 하고 입맛이 떨어져 체중이 줄어드는 경우가 많은데 비해 청소년들은 평소보다 많이 먹고 밤낮으로 자는 시간이 많아진다. 많은 부모들은 이런 시기의 청소년들을 게으르다고 야단치는 경우가 많다.

어른들은 슬프면 한숨을 쉬고 눈물을 흘리고 슬픈 감정을 하소연한다. 하지만 사춘기 아이들은 재미없고 지루하다는 감정은 느끼지만 본인이 슬프다고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어린 초등학생이나 유치원 아이들의 경우, 슬프거나 외로울 때에 오히려 말썽을 많이 피우고 부산해지는 것처럼 나이에 따라서 똑같은 병의 증세도 이렇게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슬퍼지고 불안해지면 주의집중이 힘들어지고 의욕도 없어지며 기억력도 저하돼 학교 공부나 숙제가 힘들어지고 성적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체질적인 요소에 겹쳐서 소녀는 자신에게 향한 엄마의 무의식적인 분노를 이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15살의 황금기를 빼앗긴 채 고된 어른이 되어 열심히 살아야 했던 엄마는 자신의 15살 때와 딸의 편한 인생을 비교해 보았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잊고 있던 그때의 고통들이 열다섯된 딸을 마주 보면서 되살아났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런 것들이 자신의 무의식이나 기억 속에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기보다 엄마는 바깥에 보이는 대상, 즉 자신의 딸이 문제의 근원이라고 믿게 되었던 것 같다. 아니면 무의식적으로 자신처럼 15세에 임신을 하지나 않을까 걱정되어 딸의 친구들을 겁내는지도 모른다.

"아무리 쓰레기같은 친구라도 없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요? 따님을 있는 그대로 받아 주시고, 딸이 자신의 친구를 잘 고를 수 있도록 가만히 지켜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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