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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신촌 경찰 vs 브루클린 경찰

김완신/논설실장

2년 전 한국에 갔을 때 목격한 일이다. 신촌에서 친구 여럿과 늦은 저녁식사를 하고 나왔을 때였다. 차 한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좁은 시장골목에서 택시 기사와 중년의 승객들 사이에 말싸움이 벌어졌다. 택시를 멈춰 세우고 싸움은 계속됐고 얼마 후 경찰차가 뒤를 따라왔다. 택시가 움직이지 않자, 경찰은 확성기로 '차를 빼라'고 지시했다. 그런데 젊은 경찰의 목소리는 '부탁'에 가까웠고 그 부탁은 몇차례 계속됐다. 그때 택시에 탔던 일행 중 한 명이 내려 경찰차로 갔다. 승객은 경찰에게 격앙된 목소리로 "지금 싸우는 것 안 보이느냐"며 "바쁘면 경찰차를 뒤로 빼서 돌아가라"고 소리 질렀다. 교통법규를 위반한 범법자를 제지하는 경찰의 공권력은 일고의 가치도 없이 무시돼 버렸다. 더욱 놀라운 것은 독일에서 주재원으로 오래 근무했던 친구와 미국에 사는 나만 이 장면에 당황했을 뿐 다른 친구들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모습이었다.

한국처럼 경찰의 공권력이 무시되는 나라도 드물다. 독재시대를 거쳐온 경찰에게는 아픈 과거가 있다. 과거 군사정권과 유착해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공권력을 행사한 죄 아닌 죄다. 여기에 지금은 많이 개선됐지만 사회적 지위나 처우에서 경찰관들이 품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대우하지 못한 국가의 잘못도 크다.

미국 경찰의 공권력은 막강하다. 오히려 너무 과도한 것이 문제가 될 정도다. 퍼거슨시에서 비무장 흑인청년을 총으로 사살한 백인경관에게 불기소 결정이 내려진 것에 이어 뉴욕 대배심도 브루클린 지역에서 흑인을 목조르기로 숨지게 한 백인경관에게 면죄부를 주었다. 두 경관이 정당하게 공권력을 행사했다고 인정한 것이다.

두 사건은 가해자가 백인이고 피해자가 흑인이라는 민감한 사안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정황적 요소를 배제하면 결국 백인 경관의 잘잘못을 판단하는 객관적 기준은 공권력 행사가 정당했는가의 문제다.



퍼거슨시 사태로 촉발된 시위에는 주로 흑인들이 많이 참여했지만 뉴욕 사태는 양상이 다르다. 흑인뿐 아니라 백인과 기타 소수계도 다수 시위에 동참했다. USA투데이가 퓨리서치와 공동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두 사건에 대한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퍼거슨의 불기소 결정에 대해서는 50%가 정당, 37%가 부당하다고 답한 반면 뉴욕 대배심의 결정에는 57%가 부당, 22%가 정당하다고 밝혀 대조를 보였다. 설문 결과와 백인들의 시위참여는 인종문제 이전에 경찰의 과잉 공권력 행사에 대한 반감의 표시이다. 뉴욕 경찰의 진압과정에서 에릭 가너는 수없이 '숨을 쉴 수 없다'고 호소했지만 결국 목숨을 잃었다.

지난 8월 워싱턴포스트가 FBI를 인용해 보도한 자료에서 매년 최소 450명의 시민이 경찰의 정당방위 총격에 살해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정당방위 총격은 통계조사가 처음 실시됐던 1991년 이후 매년 증가하고 있다. 1991년에 범죄 1만건당 경찰의 정당방위 살해가 1.91명이었으나 2012년에는 3.38명으로 늘었다.

공권력은 국민에게 명령하고 강제할 수 있도록 국가에게 주어진 권력이다. 공권력 행사가 정당성을 가지려면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모두에게 차별없이 집행돼야 한다. 공권력이 권위를 갖고 정당하게 집행되면 사회 규율과 기강이 바로 세워진다. 그러나 불공정하게 남용되면 '폭력'이 된다. 개인차원의 응징과 처벌을 인정하지 않듯이 국민에게서 위임받지 않은 공권력도 결국은 폭력일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는 경찰 공권력의 부재가, 미국에서는 경찰 공권력의 과잉이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다. 신뢰를 얻지 못하는 무기력한 공권력도 문제지만 국민을 목졸라 숨지게 하는 과도한 공권력도 분명 정상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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