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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남이 하니 우리도 하는 '과시용 MOU'

이성연/경제부 차장

요즘 경제 뉴스를 보면 양해각서(MOU) 체결 소식이 많다. 기자 입장에서는 보통 일주일 평균 각 단체로부터 1~2개의 MOU 체결식 보도자료를 받을 정도다.

최근 한국 기업과 현지 기업간의 MOU 체결식을 취재했다. 서울에서 날아온 한국 기업 간부와 이곳 미국 현지 업체 대표가 만나 체결서를 작성하고 악수를 한 뒤 사진 촬영하는 것으로 체결식은 마무리됐다.

그날 현장에서 두 회사간의 사업거래 계획과 규모가 궁금했다. 하지만 기업 대표는 "아직 구체적인 사항은 고려 중"이라며 "앞으로 추진할 내용이 있으면 같이할 것"이라고만 답했다. 당사자도 내용을 잘 모르는 MOU를 체결했다는 느낌이었다. 알맹이는 없고 무늬만 있는 '과시용 체결식'이었던 것이다.

MOU 체결은 한국에서 파견된 크고 작은 기업부터 지자체 사무소, 무역관, 각종 협회까지 유행처럼 번져 있다.



특히 글로벌 시대인 요즘은 LA 한인사회 곳곳에서도 공관 혹은 기업끼리 줄줄이 MOU를 체결하는 풍경이 이어지고 있다. 취재하면서 만난 한 한국 공무원은 "과거 정부 부처에서도 MOU가 있긴 했지만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후 MOU 바람이 더욱 거세지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양해각서는 민간기업이나 국가 간에 교환하는 합의 문서다. 간단히 종이 한 장으로 이뤄진다. 따라서 구속력과 법적인 강제력은 없다고 봐야 한다. 국가 간에 이뤄진 MOU는 조약에 준하는 외교적 구속력을 갖지만 민간 기업의 경우 뚜렷한 이유없이 일방적으로 파기해도 법적인 구속력은 없고 그저 도덕적인 지탄만 받을 뿐이다. 양해각서에서 정하는 거래의 실질적인 내용에 관해 당사자 간 합의는 최종계약이 체결이 끝나야 발효된다. 그 이후부터는 법적 구속력도 있다.

요즘 MOU 체결식을 개최한다는 보도자료는 많지만, 정작 MOU 체결 이후 그간의 과정 또는 결과를 발표하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 MOU 체결 이후 과연 그 모든 '약속'들이 지켜졌는지 매우 궁금하다.

연간 수출 성과금액을 자랑하듯이 매년 MOU를 체결하는 한 기업을 찾아 지난해 맺은 MOU 성과에 대해 물은 적이 있다. 그 회사의 LA지사장은 "자세한 내용은 본사가 안다"며 대답을 미뤘다. 이번엔 해당 본사에 물었다. 업체 측은 "역시 액수와 규모 등 내용은 기업 간 견제를 위해 공개하지 않는다"고 답변을 피했다. 결국 실제 투자로 이어진 MOU 결과는 아무도 알 수가 없는 셈이다.

보여주는 것만 강조하는 '전시 행정'으로 흐르고 있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뭔가를 보여주고 내세우기 위해 경쟁적으로 MOU에 나서는 현상도 보인다는 것이다.

"MOU를 맺는다"는 기사만 나가면 모든 게 다 된 일인 양 생각하고 실전에서 얻어 들인 수익은 관심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투자 협약을 체결해도 곧바로 실제 투자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일정 시간이 소요되어야 한다.

또 지속적인 동향 파악 등을 통해 전략적이고 다각적인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양해각서 체결도 마찬가지다. 더 이상 MOU를 위한 MOU가 아니라 실질적인 결과 도출을 위한 쌍방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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