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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쓰레기통에 버리려 했던 강아지

서효원·LA

나는 옛날에 요크셔테리어 종의 조그만 개 두 마리를 기른 적이 있다. 암놈 이름은 '하니'였고 수놈은 '대니'였다.

몇 달밖에 되지 않았는데 하니가 차에 치였다. 목줄이 답답할까 봐 풀어준 나의 과실 때문이었다. 하니는 깽깽거렸고 걷지를 못했다. 왼쪽 뒷다리가 부러지고 엉덩이 뼈가 나가버린 것이다. 나는 망연자실했고 하니가 불쌍했다. 하지만 돈이 궁했던 나는 하니를 검은 비닐봉지에 넣어서 쓰레기통에 버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울었다.

그러나 나는 생각을 바꾸어 웨스트LA에 있는 동물병원에 하니를 데리고 갔다. 내 차의 헤드라이트를 점멸시키면서 마치 응급차처럼 달렸다. 수의사는 하니를 치료하려면 3000불이 든다고 했다. 내가 사정을 했더니 수의대생들이 실습용으로 수술을 하는데 동의한다면 1000불만 받겠다고 했다. 울며 겨자먹기로 나는 1000불을 주었다. 그 뒤 하니는 잘 뛰었다. 뒷다리 하나는 땅에 닿지 않고 절뚝거리면서도 갈기를 휘날리며 신나게 뛰었다. 나는 하니를 사랑하였다.

한국 뉴스를 들으니 어떤 젊은 아빠가 두살 난 애를 죽여서 한달 간 방에 데리고 있다가 검은 비닐봉지에 싸서 쓰레기통에 버렸다고 한다. 밤에 PC방에 비디오방에 게임을 하러 가야 하는데 애가 칭얼대고 울어서 때려 죽였다는 것이다. 사이가 나빴던 아내, 즉 아기 엄마는 가출하고 없었다고 한다.



하니는 그 뒤 대니와 사랑을 해서 임신을 했다. "하니는 자연분만을 할 수 없으니 절대 임신은 시키지 말라"는 의사의 경고를 나는 무시했다. 무시라기 보다는 하니와 사랑을 나누고 싶어하는 대니를 나는 차마 막지 못했던 것이다. 하니는 병원에 가서 배를 째고 앤드루를 낳았다. 앤드루는 수놈인데 간질병을 앓았다. 나는 개도 '간질병'을 앓는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앤드루는 나를 무척 따랐다. 병을 앓는 앤드루를 다른 식구들은 싫어했지만 나는 늘 앤드루를 안고 다녔다.

그 뒤 앤드루는 교통사고로 죽었고 하니와 대니는 15년을 산 후에 죽었다. 앤드루가 죽었을 때 나는 많이 울었다. 나는 하니가 살아있을 때 늘 하니에게 미안하였다. 한순간이나마 하니를 '검은 비닐봉지'에 싸서 쓰레기통에 버리려고 했던 나의 나쁜 생각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잊어버리고 있던 일이 한국 뉴스 때문에 되살아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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