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부자 아버지를 둔 여자
김 윤 상/변호사
나는 역사를 좋아한다. 세계사에서 가슴을 뭉클하게 했던 사건을 하나 꼽는다면 1789년 프랑스 대혁명이다. 그때까지 프랑스를 버텨온 신분제사회가 하루 아침에 무너져 내렸다. 아버지가 왕이건 거지건 누구나 똑같은 인간으로서 평등하고 자유와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시민사회가 시작된 것이다. 삼색기를 펄럭이며 프랑스국가인 '라 마르세예즈'를 부르며 공화국 만세를 외치는 장면을 생각하면 지금도 피가 끓는다. 더 이상 조상 잘 둔 이유만으로 거들먹거릴 수 없는 사회, 못난 조상을 두었어도 가난뱅이 아버지에게 태어나도 자기만 능력이 있으면 사다리를 타고 상류사회로 올라갈 수 있는 평등한 사회가 인류사에서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귀족신분제를 몰아낸 유럽사회와 왕이 없는 대의민주제를 이룩한 신대륙은 왕과 귀족대신 부자가 왕과 귀족을 대신한다. 산업혁명으로 생겨난 신흥부자들과 기존의 대지주들은 예전의 귀족만큼 없는 자를 밟으며 부를 세습해 간다. 노동자와 농민은 신음하고 결국 공산주의라는 사상이 퍼져나가고 급기야 볼세비키 혁명이 일어난다.
배부른 자본가와 대지주의 착취없는 완벽하게 평등한 세상, 노동자와 농민의 천국은 잠시 이루어지는 듯했지만 공산화가 이루어진 국가들에선 결국 공산당이란 새로운 세습 지배계급이 생겨난다. 당원과 비당원의 차별, 그리고 당원 중에서도 최고위 간부들은 결국 신분제 사회의 귀족이 돼버린 것이다. 차별없는 사회를 건설해 보겠다던 공산주의도 결국엔 공산당이란 괴물을 만들어버렸다.
과연 우리 인간은 평등한 사회를 만들 수 없는 것일까. 인간은 본능적으로 계급을 만들고 자기보다 아래의 인간을 짓누르고 자기보다 우월한 인간에게 머리를 숙이는 DNA가 있는지도 모른다.
이런 이유로 예수께서는 지상에서 이상적인 왕국을 건설하지 않고 맨날 천국이야기만 했는지도 모른다. 예수님도 자기를 따르는 군중을 이끌고 유대교 지배 계층을 처단하고 로마인들을 몰아내 목수출신도 어부출신도 모두 평등하게 살며 행복을 추구하는 왕국을 만들 수 있었을 텐데. 예수님이 지상에 그런 왕국을 건설해도 결국에 예수님 사후에는 그 자리를 놓고 싸우고 세습하고 새로운 계급을 만들었으리라.
아버지를 잘 둔 한 여인이 비행기를 회항시키고 부하직원을 비행기에서 쫓아내기까지 했다. 부자 아버지 덕에 호강하며 사는 건 다 그녀의 팔자이니 그러려니 하지만 부하직원을 비행기에서 쫓아낸 사유는 프랑스 대혁명과 볼세비키 혁명이 왜 일어났고 왜 결국에는 평등사회가 인간에겐 본능적으로 맞지 않는지에 대한 답을 준다.
이런 걸 지켜보면서 난 아이들에게 이렇게 가르치고 싶다. "살아가면서 강한자에겐 비굴하지 말고 너보다 약한자에겐 교만하지 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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