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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디플레이션의 공포

[LA중앙일보] 발행 2014/12/15 미주판 18면 기사입력 2014/12/14 19:21

안 유 희/경제부장

지난 12일 주가가 일제히 떨어졌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 315.51포인트, S&P 500지수 33.00포인트, 나스닥종합지수 54.57포인트(1.16%) 하락이었다. 기준을 주 단위로 잡으면 다우지수와 S&P 500지수는 8주 만에 상승세를 끝내고 하락세로 돌아섰다.

원인은 유가 폭락이었다. 11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59.95달러. 심리적 저지선으로 여겨지던 60달러가 무너졌다. 12일엔 두바이유마저 한때 59.5달러를 기록하며 언제든 60달러가 붕괴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날 북해산 브렌트유 선물가격은 61.85달러로 떨어지며 60달러선이 위협받았다.

유가와 증시의 관계를 놓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석유가 증시를 대학살했다"고 분석했다. 시장은 원유값의 날개없는 추락에 겁을 먹었고 상승장은 끝났으며 10% 내의 주가 조정 국면이 올 수 있다는 어두운 전망을 내놓았다. 이제 관심은 유가가 전세계에서 '나 홀로 성장'을 구가하는 미국 경제에도 영향을 줄 것인가로 넘어가고 있다.

시장이 유가에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디플레이션 공포 때문이다. 지금까지 유가 하락은 소비 증대 효과를 낳을 것이라는 기대를 불러왔다. 줄어든 개스값을 다른 곳에 쓰니 경기가 좋아질 수 밖에 없다. 그 근거는 누가 원유 시장을 지배하느냐를 놓고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와 미국의 셰일이 물량 경쟁을 하면서 공급이 넘쳐났다는 공급 과잉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공급 과잉 못지 않게 수요 감소도 유가 폭락의 원인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유로존을 중심으로 한 디플레이션 위협이 전세계로 확산되는 것이 아니냐는 공포의 시작이다.

경기 침체기에 물가가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현상인 디플레이션이 시작되면 사람들은 소비를 미룬다. 내일이면 가격이 떨어지는데 소비를 미루는 것은 당연하다. 물가는 적정선에서 올라야 생산 투자도 소비도 살아난다. 금융위기 이후 돈을 풀어 소비를 늘리고 경기를 살리려 했던 정책도 결과적으로 디플레이션을 막기 위해서였다. 유가 폭락이 수요 감소라면 악몽이 될 수 있다. 일본의 장기불황인 '잃어버린 20년'의 원인이 디플레이션이었다.

금융위기 이후 전세계 주요 국가의 중앙은행은 안정적인 물가상승률 목표를 2%로 잡고 있지만 90개국 가운데 1%가 안 되는 곳이 25%나 된다. 미국도 물가상승률 2%를 목표로 하지만 그 아래를 맴도는 상황이다. 내년 예상치로 1.3%까지 거론되며 금리인상이 2016년 초로 미뤄진다는 주장이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일부 국가는 이미 디플레이션에 돌입했다는 분석도 있다. 폴란드의 경우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마이너스 0.4%였다. 헝가리는 올해 들어 10월까지 5개월이 마이너스 물가상승률을 기록했다. 유로존 전체는 1년 이상 0%대 물가상승률에 머물고 있다.

전세계에 싼 물건을 공급해 거의 모든 국가에서 인플레이션 상승폭을 줄이는 역할을 했던 중국도 예외는 아니다. 중국은 올해 물가상승률 목표를 3.5%로 잡고 있지만 지난 10월 상승폭이 1.4%에 그치며 3개월 연속 2% 아래로 떨어졌다. 전세계 경제의 34%를 차지하는 중국의 디플레이션은 그 가능성만으로 두려운 것이다.

디플레이션 공포를 낳고 있는 유가 폭락은 현재로선 끝이 보이지 않는다. 메릴린치는 지난 4일 보고서에서 "내년에 은행들이 소비자와 기업들에 대한 유동성 공급을 계속 축소하면서 원유 수요가 훨씬 더 줄어들 것"이라며 유가를 배럴당 50달러로 예측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30달러대까지 제시했다. 금융위기의 터널은 아직도 어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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