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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상의 눈]떡국.나이.친구까지…'먹는다'라는 한국말

한국에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의 하나가 "한국 음식이 입에 맞느냐? 너무 맵지 않으냐"는 것이다. 한국에 사는 미국인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정작 힘든 것은 먹는 음식이 아니라 '먹는다'라는 말 자체다. 이 단어는 쓰임새가 너무 넓어 이해하기가 힘든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설날이 되면 떡국만 먹는 게 아니라 한 살을 더 먹기도 한다. 그래서 떡국을 먹으면 이마에 주름이 생길까 봐 겁을 먹기도 했다. 주름이 진짜로 하나 더 새겨진 것을 발견했을 때는 '충격을 먹기도' 했다. 심지어 사람들과 사귀면서 '친구 먹는다'라는 말도 들었다. '먹다'라는 단어의 용도만 봐도 한국말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다.

어떤 나라에 살든 현지 음식을 맛보고 즐기는 것은 언어를 배우는 것만큼 중요하다. 이는 행복한 인생을 사는 데 도움이 된다. 나는 한국음식이 정말 좋다. 미국에서 어떻게 먹고 자랐는지 가끔 잊어버릴 때도 있을 정도니까 말이다. 이젠 한국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들처럼 얼큰하고 매콤한 한식이 입에 맞다. 주꾸미부터 한국화한 양식까지 다 잘 먹는다. 그런데 한식을 아무리 좋아하더라도 뿌리를 속일 수는 없나 보다. 때로 미국에서 먹었던 음식을 다시 먹고 싶을 때가 있으니 말이다.

며칠 전 누군가 먹고 싶은 음식이 무엇이냐고 물어봤을 때 내가 살던 시카고의 한 동네에서 즐겨 먹었던 치킨의 맛과 냄새 식감까지 생생하게 떠올랐다. 침이 고이고 배 속에서 꼬르륵 소리까지 났다. 한국에서도 다양하고 맛있는 치킨을 먹을 수 있지만 서울 치킨은 서울 치킨이고 시카고 치킨은 시카고 치킨이다. 향수의 위력은 강력했다. 그 느낌은 한국어의 '땡긴다'라는 말로는 제대로 표현할 수 없었다. 마음이나 배 속에 오랫동안 숨어 있던 어떤 욕구가 끓어오르는 것 같았다. 그래서 한국에 사는 동안 가급적 꺼리는 영어로 "치킨에 대한 욕구가 있어(I'm having a craving for fried chicken)"라고 말해 버렸다.



이 일로 해서 느낌.감정.생각을 한국사람과 다른 영어 사용자의 방식으로 이해하고 표현하고 싶을 때가 가끔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는 하나의 본능일 것이다. 결국 외국어를 배운다는 것 특히 영어 원어민으로서 한국어를 배우는 것은 어휘와 발음과의 싸움으로 끝나지 않는다. 외국어 공부는 세상을 보고 느끼고 이해하며 또 다른 사고방식과 세계관을 습득하는 과정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를 제대로 습득하는 것이 외국어를 잘 익히는 지름길일 것이다.

타일러 라쉬

JTBC `비정상회담` 출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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