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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갈수록 쓸쓸해지는 동문 모임

나광수·LA

미국에서 이민 1세의 동문회 모임은 각별하다. 훈훈한 사람 냄새 맡기가 어려운 이민생활에서 마음을 터놓고 즐길 수가 있고, 선후배끼리는 형님, 아우하고 동창끼리는 너, 나 하면서 술잔을 기울일 수 있는 자리가 흔치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올해도 동문의 숫자가 줄어들었다. 둘이나 되는 동문이 세상을 뜨고 몸이 불편한 이들이 참석을 못한 까닭이다. 테이블에는 동문들이 성기게 앉았고 젊은이들이 없어 그런지 대화에 활기가 없다. 너도 나도 가수가 되겠다고 마이크를 잡는 건 예년과 같은데, 밴드도 없고 전문사회자도 없는 상태에서 춤추는 시간이 오자, 50대 동문 몇이 몸을 흔드는데 영 어색하기만 하다. 60대 70대는 자리에 앉아서 무대로 나가서들 춤추라고 열심히 부추기기만 한다.

옛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다. 동문만 40~50명에 부인 아이들까지 합치면 홀 안이 꽉 차서 왁자지껄했었다. 왜 나에겐 마이크 차례가 안 오느냐고 볼멘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사회자는 진땀을 빼기도 했다. 사회자의 걸쭉한 농담에 마나님들은 얼굴을 붉히고, 춤추는 차례가 오면 너나 할 것 없 모두들 뛰쳐나가, 누구 엉덩이에 몸이 부딪치는 줄도 모르고 몸을 비틀고 흔들어 댔다. 그런 날이 다시 올 것인가.

요즘 어느 동문회나 인원이 줄어드는 것이 고민이라고 한다. 젊은이들은 학교에 대한 애착이 줄고 동문회에 나가면 층층이 선배라 머리가 무겁기만 하단다. 또 카톡과 페이스북 등으로 젊은 세대는 끊임없이 대화를 할 수가 있어 사람 정의 고픔을 덜 느껴서 그렇다고 한다.



점점 동문회 모임이 경로당처럼 되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나 또한 구시대 유물이 된 듯한 느낌이 드니 씁쓸함을 가눌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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