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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3대 저항가수' 남가주 거주 방의경씨

자신도 가져본 적 없는 첫 앨범
소장한 팬이 직접 찾아와 기증

만남은 여러가지가 있다. 가족과의 만남, 친구와의 만남, 연인과의 만남, 오랜만에 만나는 만남 등. 하지만 처음으로 갖는 만남이 마치 수십번도 더 만나본 것같은 경우가 있다. 바로 자기가 자주 듣던 노래를 부른 주인공, 바로 가수와의 만남이 그렇지 않을까.

1970년대 초반, 김민기, 양희은과 함께 3대 저항가수중 한사람으로 알려져 있는 방의경씨가 남가주에 거주하고 있다. 방씨는 1970년대 번안 포크송 '아름다운 것들'의 가사를 쓰고 처음 노래한 가수로 1세대 여성 싱어송라이터다.

최근 방의경씨를 팬중 한사람인 신동혁씨(대구서문복지재단 사무국장)가 만났다. 신씨는 포장이 무척 낡은 한장의 앨범을 방씨에게 건넸다. 이날 신씨는 자신이 수없이 들었던 앨범의 주인공을 만난 것이다. 그런데 방의경씨는 명성과 달리 딱 1장의 앨범을 냈다. 왜냐하면 그의 저항적인 가사 때문에 방송 금지곡이 대다수다 보니 음반제작사에서 앨범 제작을 주저했을 터. 그런데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그의 사진을 표지로 500장이 제작됐고 이는 소리 소문 없이 팔려 나갔다.

문제는 방씨도 그 앨범을 실제 가져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음반이 나오고 20장을 방씨가 일하는 직장으로 음반사에서 보내왔지만 잠깐 사이 회사 동료들이 다 집어가는 바람에 말이다. 그러면 나머지 480장은? 방씨의 팬들로 구성된 바람새(windbird)에 의하면 살아있는 앨범은 200장도 안된다고 한다. 나머지는 공권력에 의해서 수거돼 모두 폐기 됐다고 한다.



자신의 유일한 앨범을 한장도 갖지 못했다는 사실이 황당하지만 그렇게 묻혔다. 왜냐하면 저항을 싫어한 유신정권 때문에 방씨는 1974년 미국으로 왔고 노래도 끊고 액세서리 비즈니스에 전념했기 때문이다.

사실 지금도 그의 앨범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서로 숨기고 있다. 예전과 달리 공권력은 두렵지 않지만 희귀성 때문에, 파손이나 절도의 우려로 꽁꽁 숨기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방씨는 지난 2008년 모교인 이화여대에서 공연을 했다. 그때 팬들이 소장하고 있는 앨범을 잠깐(?) 봤다고 한다.

여기까지가 방씨의 스토리다.

신동혁씨는 방씨의 열혈 팬은 아니었다. 어느날 우연히 그가 운영하는 비영리 단체의 기부 물품중 오디오 시스템과 200여장의 LP음반을 정리하다가 낡은 앨범 하나를 발견한 것이다. 그리고 앨범을 여러번 듣고 감화돼, 팬카페를 찾았다. 거기서 방씨의 열혈 팬들에게서 가수 방씨가 앨범이 없다는 얘기를 듣고 자신이 소장한 앨범을 주기로 결심했다. 이 결심도 지난해에 있었던 일이다.

하지만 그 앨범은 태평양을 쉽게 건너지 못했다. 부칠 수도 없고.

그런데 신씨가 남가주에 연수를 오게 됐고 팬과 가수가 처음이면서도 처음이 아닌 만남을 갖게 된 것이다. 방씨도 자신의 앨범과 처음이 아니면서도 처음인 만남을 비로서 가졌다.

그러면 방의경씨는 가수를 영영 그만뒀을까. 다행스럽게도 지난 2005년부터 수십년간 쓰지 않던 목소리가 돌아와 성가를 열심히 부르고 있다. 한국에서 잠깐 가졌던 공연도 알고 보면 교회에서 성가를 열심히 불렀기에 가능했다.

글·사진=장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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