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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자살방지 전문 센터 '디디허시'…24시간 자살방지 한국어 상담 전화 서비스

1942년 설립 LA·OC에 11개 센터
후원자 디디 허시씨 이름 따 운영

지난 7월 LA 한인타운에서 20대의 한인 여성 김모씨가 고층 빌딩에서 투신했다. 그녀는 유서에 "OOO가 없이는 더 이상 살아갈 이유가 없다. 그가 돌아 오지 않는 다기에 내 갈 길을 가기로 했다"고 썼다. 실연의 아픔을 견디지 못하고 돌아올 수 없는 길을 택한 것이다. 지난 8월에는 할리우드의 유명 배우 로빈 윌리엄스가 스스로 목숨을 끊어 충격을 주기도 했다.

784명. 지난해 LA카운티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의 숫자다. LA시는 147명, 이중 한인은 12명으로 전체의 8%나 됐다. LA시의 한인 인구 비율이 2.7%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비율이다.

가주 전체적으로도 자살 문제는 심각하다. 가주보건국의 통계에 따르면 2012년 자살자는 1060명. 이중 한인을 포함한 아시아계가 21.1%나 차지했다.

왜 이처럼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일까.



자살 방지 전문 센터를 운영 중인 비영리단체 디디허시 정신건강 센터(Didi Hirsch Mental Health Services·이하 디디허시)에 따르면 자살은 가족과 친구 등 인간 관계, 경제적 여건, 질병, 경쟁에서의 도태 등에 따른 극심한 우울증에서 비롯된다.

키타 커리 디디허시 대표는 대부분의 경우가 순간적인 잘못된 선택으로 발생한다고 진단했다. 커리 대표는 "사회가 급변함에 따라 바뀐 환경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복잡한 심리적 문제들을 털어 놓을 대상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이들의 순간적인 충동을 억제시켜 줄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디디허시의 자살 예방 전문가들도 "한인들은 정신 질환이 있으면 이를 부끄럽게 생각해 숨기려고만 한다. 이런 관념이 정신 건강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커리 대표는 "한인 자살의 대부분은 유학생, 직장인 등 홀로 생활하다 외로움을 이기지 못하고 술에 의존한 경우들이었다. 한인들 역시 누군가 제대로 얘기를 들어주기만 했어도 생명을 지킬 수 있었을 것"이라며 "우리가 들어주는 역할을 맡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3년 LA한인 자살 사망자 12명
이야기만 들어줘도 막을 수 있어


디디 허시 정신건강센터는 1942년 설립된 비영리 단체로 LA 카운티와 오렌지 카운티 지역의 정신 질환 환자들에게 건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11개 센터를 운영하면서 각 지역 주민들의 정신 건강 유지를 돕고 있다. 이 단체를 오래동안 지원했던 디디 허시씨의 이름을 본 따 1974년 기관 확장 당시부터 이 이름을 단체명으로 사용하고 있다.

센터는 각 분야 전문의들로 구성된 이사회, 경영지원부, 재무부, 인사, 상담 및 치료 전문팀으로 구성돼 있다. 이사회는 17명의 전문의들로 구성돼 있으며 토마스 한 치과 전문의가 한인으로는 유일하게 참여하고 있다. 이사들은 의료 고문으로 활동하면서 단체를 위한 기금 모금 활동도 펼치고 있다.

디디허시에 따르면 매년 9만명 이상이 이 단체의 도움을 받고 있다. 11개 센터에서 진행하는 정신 건강 교육과 초, 중고교에도 상담사들을 파견해 정신 건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24시간 자살 방지 상담 전화 서비스(877-727-4747)가 디디허시의 주요 활동이다. 500여명의 전화 상담사들은 자살 충동을 느낀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줌으로써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걸 방지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디디허시는 2013년부터 한인들을 위한 한국어 상담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50여 명의 한인들이 도움을 받았다.

키타 커리 대표는 "정신 건강이 쇠약한 사람들을 돌보는 역할도 있지만, 이미 자살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사람, 가족의 자살을 경험한 사람 등 위태로운 사람들도 많기 때문"이라며 "이들을 도울 코디네이터, 전문 상담사들을 교육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인 직원 8명…한국 국방부와 교류도
"정신 건강 조금이라도 문제 바로 연락"


디디허시는 한인은 물론 한국과도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 한국 국방부와 2004년부터 손을 잡고 한국 군의 자살 문제 해결에 힘을 보태고 있다. 매년 국방부에서는 정신 교육을 담당하는 군목사들이 디디허시 센터로 파견돼 자살 방지 교육법에 대한 강좌를 듣고 돌아간다. 디디허시의 앤지 안 한인 코디네이터는 "여기서 배운 상담 기술은 바로 한국 군대에 도입돼 활용되고 있다. 생각보다 효과가 좋아 국방부측은 우리와 10년째 교류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디디허시는 2010년부터 한인 밀집 주거지인 오렌지 카운티에 한인들을 위한 자살 방지 센터를 열었다. 이 센터는 한인 전화 긴급 상담 라인을 개설했다. 또 한인들만의 관습과 문화를 상담사들에게 교육하면서 한인 전문 정신 건강 센터로 자리잡았다. 샌드라 이 코디네이터는 "한인들에게는 정신 건강 문제는 절대 숨길 것이 아니라 드러내고 함께 해결해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센터가 설립된 이후로 보다 많은 한인들이 정신 건강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한인들을 위한 서비스를 확대하기 위해 2011년부터는 한국어 능력을 갖춘 직원과 자원 봉사자를 모집하고 있다. 2015년부터는 한인 미디어들과 협력 시스템을 형성해 자살 예방 캠페인을 보다 적극적으로 벌일 계획이다.

이밖에 코리안 복지센터(KRS)와 손잡고 자살 생존자 서포트 서비스와 자살자의 유가족을 위한 서포트 그룹을 운영하고 있다.

2006년부터 디디허시의 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토마스 한 치과 전문의는 "한인 커뮤니티가 디디허시란 단체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좋겠다. 조금이라도 정신 건강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면 디디허시를 이용하라. 수년간 전문 지식과 경험을 쌓아 온 전문가들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세진 기자

▶도움을 받으려면

디디허시의 서비스는 모두 무료다. 디디허시의 도움을 받고 싶다면 전화 상담 서비스(877-727-4747)를 이용하면 된다. 한국어 상담 가능 시간은 월요일 오후 6시~화요일 0시 30분까지,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는 매일 오후 4시 30분부터 다음날 0시 30분까지다.

인터넷 채팅으로도 상담이 가능하다. 채팅 서비스는 매일 오후 8시 30분부터 다음날 0시 30분까지 홈페이지(www.didihirsch.org)에 접속해 'we can help chat'을 클릭하거나 상담 전문 웹사이트(www.crisischat.org) 등을 이용해 익명으로 이용할 수 있다.

▶자살 방지 팁

다음과 같은 경고의 신호가 오면 바로 가족에게 알리거나 상담을 받아야 한다.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한 번이라도 했을 때

-자살의 계획을 세우는 경우

-재산, 중요 소지품 등을 주변인에게 나눠주는 행동을 했을 때

-학교나 직장에서의 수행 능력 급격히 저하됐을 때

-슬픈 기분이 지속되는 경우, 잠버릇이나 식습관이 변한 경우, 수치심이 느껴질 경우

-무분별한 성관계, 난폭 운전 등이 잦아졌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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