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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포커스]한국 사회의 무한 반복 소모전

[LA중앙일보] 발행 2014/12/22 미주판 18면 기사입력 2014/12/21 18:21

김 동 필/사회부장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곁에도 3인방이 있었다. 칼 로브 백악관 비서실 부실장, 캐런 휴스 전 백악관 고문, 댄 바틀릿 보좌관 등이 그렇게 불렸다.

지금도 공화당의 최고 선거 전략가로 꼽히는 로브는 부시 대통령 당선의 일등공신이었다. 2000년과 2004년 대선 당시 부시의 주요 전략들이 모두 그의 작품이다. 방송기자 출신인 휴스는 1994년 부시가 텍사스 주지사에 도전할 때부터 선거 캠프에 참여했다. 인연은 백악관까지 이어졌고 당연히 부시의 최측근으로 통했다.

바틀리 역시 부시와 오랫동안 동고동락했다. 1993년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부시의 주지사 선거 캠프에 합류했고 이후 14년간 함께 했다. 그는 부시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으로 통할 정도였다. 당연히 이들은 부시 정부 시절 위세를 떨쳤던 이른바 '텍사스 사단'에서도 핵심이었다. 요즘 한국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문고리 3인방'과 비슷한 인물들인 셈이다.

양국의 3인방 사이에는 태생적인 유사성이 있다. 대통령이 정치 초년병 시절부터 인연을 맺었다는 점, 항상 지근거리에서 보좌한다는 점, 권력의 핵심까지 동행했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았다는 점 등이다. 하지만 본질적인 차이점이 있다. '부시 3인방'이 정치적 비판은 받았어도 재임 기간 중에는 물론 퇴임 후에도 권력남용, 비리 문제로 물의를 빚지 않은데 반해 '문고리 3인방'은 대통령 집권 2년만에 벌써 논란의 핵심이 되어 버렸다. 대통령의 최측근 참모들이 오히려 대통령에게 큰 정치적 부담이 되어 버린 꼴이다.

요즘 한국은 비유적 표현들이 뉴스를 장악하고 있다. '문고리 3인방'을 시작으로 '땅콩(정확하게는 마카다미아 너트) 회항', '종북 아줌마' 등이 번갈이 가며 톱 뉴스를 장식한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 보면 특별히 새로울 것이 없는 것들이다. 오랫동안 계속되고 있는 한국사회의 갈등들이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문고리 3인방'은 권력자와의 친분 관계를 이용한 비리, '땅콩회항'은 상류층의 도덕적 의무감(노블레스 오블리주) 부재, '종북 아줌마'는 이념갈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등장 인물과 소재만 달라졌지 과거에도 지겹도록 듣던 레퍼토리들이다. 더구나 문제의 진행 양태와 수습 과정조차 과거와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청와대 문건 유출로 불거진 '문고리 3인방' 문제는 비선조직, 권력다툼, 인사개입 논란으로 확대되며 파괴력을 키웠지만 역시 소리만 요란한 듯하다. 청와대가 직접 나서고 검찰도 '철저한 수사'를 공언하지만 제기된 의혹들이 속시원히 해소될 지는 의문이다. '땅공회항'은 적당히 덮으려다 도리어 화를 키운 사건이다. 해당 항공사는 사안의 심각성 파악보다는 허물 감추기에 급급하다 여론의 뭇매를 맞고서야 자세를 낮췄다.

한국사회에서 이념 문제는 늘 이성에 앞선다. 보수, 진보의 갈등 앞에서는 막무가내가 된다. 특히 스스로를 보수라고 자처하는 쪽에서 이런 경향이 강하다. 본인의 신념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바로 종북 혹은 친북이라는 낙인을 찍어 버린다. '종북 아줌마'도 실정법을 위반했다면 법대로 처리하면 그만이다. 자꾸 눈덩이처럼 키울 일이 아니다.

이렇다 보니 과거의 경험을 통해 결과의 예측도 가능해진다. 이들 문제가 어떻게 매듭을 짓든 이에 불복하는 거센 반발이 나올 것이고, 심판 없는 싸움은 끊임없는 소모전으로 이어질 것이 뻔하다. 엄청난 국가적 에너지를 쏟아붓고도 결국 얻는 것은 없는 꼴이 되기 쉬운 것이다. 역사는 반복되는 것 같지만 나선형 구조로 발전한다는데 한국은 도돌이표만 무한 반복되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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