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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50년 세대차 뛰어 넘은 '화합 동문회'

오 세 진/사회부 기자

이선희의 'J에게' 록버전을 갖고 무대에 올랐다. 관객은 50~60대 중년과 70~80대 노년 150여 명. 그들의 시선이 한꺼번에 몰려오자 덜컥 겁이 났다. 록 매니아들이나 좋아할 강력한 일렉트릭 기타 사운드와 빠른 리듬, 여기에 쇠를 긁는 듯한 거친 목소리까지. 나이 지긋한 관객들에게 일어나서 몸을 흔들라고까지 요구했기에 더욱 그랬다. 떨리는 마음에 재킷 주머니에 있던 선글라스를 꺼내 눈을 가렸다. 입술은 점점 메말라갔다.

"J 스치는 바람에~, J 그대 모습 보이면~." 노래가 시작됐다. 섣부른 착각이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관객들은 사전에 약속한대로 'J'를 외칠 때는 손가락을 뻗어 하늘을 찔렀고, '으쌰라 으쌰~', '좋아 가는 거야~' 같은 추임새를 적절히 넣으며 환호했다. 노래의 흥이 절정으로 치솟는 후렴구, 'J 난 너를 못 잊어~ J 난 너를 사랑해~' 에서는 빠른 리듬에 따라 마음껏 춤을 췄다. 학창 시절 수백번 외쳤을 학교 응원단 구호 로 노래를 마무리하자 파티장은 서로 다른 세대를 뛰어넘어 '섞이고 엮여 녹아든' 용광로가 됐다. 지난 6일 LA 한인타운에서 열린 대학 동문회에서의 일이다.

대학 시절 밴드 보컬을 하며 크고 작은 무대에 섰던 경험이 있다. 하지만 최대 50년까지 나이 차이가 나는 선배들 앞에서 노래를 한다는 건 큰 부담이었다. 하지만 나름의 성공을 거둔 데는 이유가 있었다. 무대에서 선배들과 쌍방향 소통을 하고자 한 노력에 '진정성'이 깃들어서였다. 진정성은 준비 과정에 녹아들었다. 윤동주 시인의 시를 노래로 만든 '서시', 이선희의 'J에게' 리메이크 곡으로 골랐다. 노년층과 중년층 선배들이 알 만한 노랫말이었고 멜로디가 익숙해서였다. 같이 출 수 있는 쉬운 안무도 짰다. 여기에 관객의 진정성 깃든 호응이 흥겨운 파티를 만들었다.

연말이다. 서로 맺은 관계의 1년을 되돌아 볼 때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관계의 진정성이 결여돼 시끄럽다.



최근 한인타운에서는 송년회 자리에서 술에 취한 후배가 선배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일을 떠맡긴 것에 분풀이를 한 것이었다. 또 반말을 함부로 한다는 이유로 싸움을 벌인 한인 남성들 때문에 소란이 일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직원을 노예 부리듯 한 항공사 부사장의 만행이 드러난 '땅콩 회항' 사태로 떠들썩하다.

관계에 있어 진정성은 손익을 따지기보단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가족, 직장 동료, 거래처, 이웃들에게 얼마 만큼의 진실한 마음을 보여줬는가. 이제 열흘 남짓 남은 올해가 가기 전에 관계를 되돌아 봤으면 좋겠다. 고마운 이들에게는 고맙다, 미안한 이들에게는 미안하다 얘기해 보자.

곧 한국으로 귀국하는 후배가 크리스마스 카드를 건넸다. "그동안 감사했어요. 함께 웃고 나눈 대화들 오래 기억할게요." 진정성이 물씬 느껴지는 메시지였다. 오히려 더 챙기지 못한 미안함도 든다. 한국에서 다시 만날 땐 멋들어진 노래 한번 같이 부를까 싶다. "너의 그 한마디 말도~, 그 웃음도 나에겐 커다란 의미~", 김창완이 부른 '너의 의미'가 종일 입에 감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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