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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동포를 보는 한국민의 두 시선

[LA중앙일보] 발행 2014/12/24 미주판 20면 기사입력 2014/12/23 21:42

김완신/논설실장

재외동포에 대한 한국 국민의 '이중적' 태도를 조사한 보고서가 발표됐다. 고려대 윤인진 교수팀이 19일 재외한인학회 연례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자료에서, 한국민들은 평상시에는 재외동포를 같은 혈통으로 생각하지만 갈등이나 문제가 발생하면 다문화 집단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해관계가 상충되지 않을 때는 같은 민족으로, 취업이나 장기체류 등으로 현실적 갈등이 생기면 이주민 집단으로 간주하는 양면성이다. 이상적인 사고로는 재외동포도 동족이지만 현실에서는 이방인과 동일시 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민은 유난히 민족을 강조한다. 반만년 단일민족의 혈통은 역사를 관통하는 자부심이다. 민족주의는 일제 식민지를 거치면서 더욱 견고해졌고, 근대에 들어서는 독재 합리화와 경제부흥의 구심점이 되기도 했다.

민족주의 자체는 부정적 개념이 아니다. 같은 핏줄을 타고난 집단이 정체성과 문화를 유지하는데 있어 민족주의만큼 탁월한 결속력을 보이는 수단도 드물다. 더욱이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는 애국심으로 발현한다. 제국주의 시대, 식민지 국가들이 독립하는 과정에서 민족주의는 국민을 응집시키는 강력한 무기였다. 문제는 민족주의가 배타적, 국수적 이념으로 변질되는 경우다. 또한 독재자들이 공동체의 갈등과 모순을 은폐하기 위해 통합의 이데올로기로 사용하면 위험해진다. 히틀러의 경우 국민의 관심을 한 곳에 모아 공동의 적에 대응하도록 만드는 수단으로 '민족'을 앞세웠다. 결국 게르만 민족주의에 대한 맹신은 수백 만 명 유대인 학살을 가져왔다.

한국은 급격히 다문화 사회로 가고 있지만 여전히 민족과 혈통의 울타리를 굳건히 세우고 있다. 이주노동자, 결혼이민자, 귀화인 등 200만명의 한국거주 외국인을 보는 시각은 전근대적이고 편협하다.

올해 초 한국 방송에서 서울 대림동의 중국동포거리를 소개한 적이 있다. 중국동포들의 한국 정착 과정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었는데 두 개의 경로당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두 개 중 하나는 대림동 원주민을 위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새로 정착한 중국동포들이 모이는 장소다. 시설도 차이가 있고 절대 함께 모이지 않는다고 한다. 방송 제작자가 원주민들의 경로당을 찾아가 중국동포 노인들과 교류하느냐고 묻자 '우리는 다르다'는 반응이었다.

같은 한국말을 쓰고 한국인 부모에게서 태어났지만 중국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어울리지 못한다. 중국동포들은 일제의 수탈과 가난을 피해 중국으로 이주한 부모들 손에 이끌려 한국을 떠났다. 중국에 살면서도 한국을 생각했고 한국에 돌아와 평생소원이던 주민등록증을 받았지만 주위의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한국사회에서 '민족'의 정의는 여전히 한반도 남쪽에만 국한돼 있다. 탈북자와 700만명의 재외동포는 가슴으로는 동족이지만 현실에서는 한국어를 쓰는 이방인일 뿐이다.
개인의 정체성이 혈통이나 거주지역에 의해 정해지는 시대는 지났다. 민족적 구분으로 정체성을 결정하기에는 지구촌이 너무 가까워졌고 긴밀해졌다. 국가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고 거주지역에도 제한이 사라졌다. 협의의 순혈만을 민족이라 할 수 없고, 더욱이 민족주의가 동족 이외의 사람들을 배척하는 수단이 돼서도 안된다.

윤인진 교수 연구팀은 "동화(同化)보다는 공존(共存)을 추구해야 한다"며 "민족주의에 기반을 둔 재외동포 정책 대신 다문화주의에 기반을 둔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현대는 글로벌 시대다. '민족 구성원'이 아닌 '세계인'으로 살아가야 한다. 사회심리학자 에리히 프롬은 "민족주의는 광기의 우상숭배"라 했고 괴테도 "문화적 수준이 낮을 때 민족주의는 강렬해진다"고 지적했다. 민족을 부정하라는 뜻은 아니고 넘어서자는 것이다. 민족을 초월하는 것과 민족을 버리는 것은 분명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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