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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공연] 영웅 혹은 악마 …딜레마 빠진 전설의 저격수

아메리칸 스나이퍼 (American Sniper)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
출연: 브래들리 쿠퍼, 시에나 밀러
장르: 드라마, 액션
등급: R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영화가 가장 빛나는 순간은, 적당한 거리두기를 하고 있음에도 주인공이 처한 딜레마의 무게가 날카롭고도 묵직하게 스크린 밖으로 전달될 때다. 2000년대 들어 만든 작품들만 봐도 '밀리언 달러 베이비' '그랜 토리노' '히어애프터' 'J 에드가' 같은 작품 하나하나에서, 전부 그랬다.

이는 그의 신작 '아메리칸 스나이퍼(American Sniper)'에서도 마찬가지다. 네이비씰 최고의 저격수이지만, 적군에겐 수많은 사람을 죽이는 살인자일 수 밖에 없었던 실존인물 크리스 카일의 혼란과 번뇌가 영화의 주요 골자다. 84세의 노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여전히 청년같은 집요한 힘으로 크리스 카일의 쇠약해져가는 심리를 파고드는 한편 기가 막힌 감각으로 긴박하고도 처절한 전장의 모습을 담아낸다.

영화는 카우보이를 꿈꾸던 다혈질 한량 청년이 네이비씰에 입대해 훈련을 받고,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 결혼하지만 임신한 아내를 두고 참전, 총 3차례에 거쳐 이라크 전장을 오가며 '레전드'란 별명을 갖게 될 만큼 화려한 일급 저격수로 활약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주인공의 여정 자체를 그려내는 방식은 담담하고 차분하다. 대신 긴장감은 순간순간 극도의 고뇌에 빠지거나 전쟁의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카일의 모습을 보여주는 한 장면 한 장면에서 빚어낸다.



이 같은 스타일은 오프닝 장면에서부터 나온다. 미군을 향해 폭탄을 들고 달려오는 아이와 여인을 쏠 것인가 말 것인가의 선택에 처한 카일을 처음부터 본격적으로 보여주는 방식은 강렬하고도 효과적이다. 중후반부에도 이런 방식은 계속된다. 멀리서 총을 집어든 아이를 표적으로 겨누면서도 '제발 내려 놓으라'고 미친듯 중얼대는 모습이나 집에 돌아와서도 시끄러운 소음이나 사나운 개에게 과도하게 반응하는 모습 등이 주인공의 뾰족하고도 흔들리는 심리 상태를 잘 전달해준다. 서늘하게 조여오는 긴장감과 주인공에게 갖게 되는 연민의 시선도 적절하게 조화를 이룬다.

영화를 맺는 방식은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실존 인물을 다룬 작품에서 늘 써오는 방식대로, 자막과 사진·영상 자료를 써 처리했다. 진부한 방식일수도 있지만, 영화 내내 인물의 딜레마에 효과적으로 집중했던 여운이 이어지는 덕에 그 마저도 진지하게 많은 생각을 하며 오랜 시간 바라보고 있게 하는 힘이 '아메리칸 스나이퍼'엔 있다.

이경민 기자
rache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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