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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포커스] 종교의 이름으로 자행된 만행

[LA중앙일보] 발행 2015/01/12 미주판 18면 기사입력 2015/01/11 15:45

김 동 필/사회부장

올해가 순한 동물의 대명사인 '양의 해'라 지구촌이 좀 평화스러워지려나 했더니 기대감은 새해 벽두부터 무너지고 말았다. 프랑스 파리에서 연이어 발생한 테러 때문이다.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이 잡지사를 습격해 12명을 살해한데 이어 유대인 식료품점에서도 인질극을 벌여 4명이 더 숨졌다.

종교과 언론에 관대한 유럽에서도 가장 '열린 국가'로 알려진 프랑스에서 벌어진 일이라 더 충격적이다. 또 테러범들이 프랑스 출생인 것으로 밝혀지면서 테러 집단의 뿌리가 도대체 어디까지 닿아있는지 불안감이 크다.

이번에 테러 목표가 된 '샤를리 에브도'는 비판적이고 도발적인 만평으로 유명한 잡지라고 한다. 그동안 주요 이슈가 불거지면 이슬람의 선자자인 무함마드뿐 아니라 누구든 풍자의 대상으로 삼았다.

가톨릭 사제의 아동 성추행 문제가 불거졌을 때는 신부가 등장했고, 최근 발생한 북한의 소니 해킹 사건때는 '웃기는 김정은'이라는 만평도 게재했다. 그런데 유독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눈에는 죽이고 싶을만큼 눈에 거슬렸던 모양이다. 이슬람교에서는 그들이 최고의 선지자로 추앙하는 무함마드의 모습을 그리는 것조차 금기시하고 있다는데 조롱까지 했으니 화가 치밀법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식의 대응은 종교적 순교가 아니라 광신도의 테러에 불과하다. 민주주의의 기본 가치중 하나인 표현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다. 더구나 부상 당해 누워있는 경관에게까지 총질을 하는 모습을 보면 '도대체 인간이 어디까지 잔혹해 질 수 있는가'라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탄이 새삼스럽지가 않다. 피해 당사자인 프랑스인들 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내가 샤를리다'라는 공분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광신도의 특성은 영국의 심리학자 맥스웰 테일러가 정의한 '광신(fanaticism)'의 10가지 특성에서 잘 나타난다. 그에 따르면 ①다른 일은 모두 제쳐두고 한 가지에만 집중하는 것 ②오직 자신의 관점에서만 생각하는 개인적 세계관 ③ 분별력과 판단력의 상실 ④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무조건적 확신 ⑤변화에 대한 거부 ⑥가치 판단의 단순화 ⑦타인에 대한 고려 대신 무시 ⑧보편적 가치에 대한 무감각 ⑨모순적인 것에 대한 관용 ⑩특정한 문화 탐닉 등이 광신의 특징들이다.

결국 자신만의 믿음 체계를 만들어 놓고, 그에 대해 끝없이 자기 암시를 하며 거기에만 빠져 산다는 얘기다. 이들에게서 도덕이나 이성, 보편 타당성 등의 판단 체계는 아예 작동을 하지 않는 것이다. 비단 이번 테러범들뿐만 아니라 모든 극단주의 테러범들이 이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맹목적인 믿음이 정치적 이슈와 결합할 때 휘발성이 더 커진다는 점이다.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한 극단적인 행동에 종교적 순교라는 그럴듯한 외피를 두른다. 그래야만 맹목적인 복종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LA한인타운에는 모스크(이슬람 사원)와 시나고그(유대교 회당)가 나란히 있다. 버몬트와 4가 쯤에는 모스크가 있고 몇 블럭 떨어진 윌셔 길에는 시나고그가 위치한다. 서로 지근 거리에 있지만 두 종교를 믿는 사람들 사이에는 아무런 갈등도 없다. 각자의 신앙 생활에 충실할 뿐이다. 정치적 요소만 배제된다면 중동이나 유럽도 이런 모습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달 초 유력 경제지인 월스트리트 저널은 올해 세계경제를 전망하면서 유가와 함께 국제정세를 중요한 변수의 하나로 꼽았다. 그만큼 불안정하다는 얘기다. 모두를 위해 종교를 내세우면서 총을 들고 설치는 모습은 더 이상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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