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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한인 단체에 기부하는 일본 회사

[LA중앙일보] 발행 2015/01/12 미주판 18면 기사입력 2015/01/11 15:46

이 재 희/사회부 차장

연말 한미특수교육센터의 관계자가 전화를 했다. 일본계 회사 니시모토 그룹 산하 재단으로부터 기금을 받았는데 참 고마워 신문을 통해 알리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이 관계자는 일본 회사가 한인 커뮤니티를 위해 서비스하는 단체를 지원해 준 것이 고마우면서도 아이러니했다고 했다. 이 단체는 특수장애가 있는 한인을 돕기 위해 출범, 지금은 대상을 확대해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는 한인들의 상담, 치료, 교육 등을 전문으로 하고 있다. 단체 성격 때문인지 한인이나 한국 회사들은 지원과 후원은 커녕, 관심도 잘 갖지 않는 단체다. 수많은 개인과 단체, 한인 및 한국 회사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지만 이 단체를 후원한 곳은 이사, 개인 후원자를 제외하고 기자가 알고 있기에는 오픈뱅크와 샌피드로홀세일마트, 재외동포재단 정도다. 그런데 일본 회사라니. 게다가 한국과 일본 정부의 관계가 좋지 않고 미국에서도 독도, 위안부 등 과거 문제를 놓고 양 커뮤니티가 감정적으로 부딪치고 있는 상황인데.

이 일본 회사의 기부금은 지금까지 한미특수교육센터가 받은 액수 중 가장 컸다. 5000달러. 이 관계자는 "매년 무료 발달 선별 검사를 하고 있는데 오렌지카운티(OC) 정부로부터 도움을 받아 서비스 대상이 OC 주민으로만 한정돼 있어 안타까웠다. 그런데 이번에 받은 기금으로 올해는 LA카운티 등 지역에 상관없이 무료로 검사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며 기뻐했다.

일본 회사의 부사장과 한인 담당자의 마음 씀씀이는 더욱 감동적이었다고 했다. 한인 담당자가 이런 재단이 있고 현재 그랜트 신청을 받고 있으니 지원해보라고 한미특수교육센터에 알려줘 기금을 받을 수 있었던 것. 기금을 전달하면서도 보통은 수표만 주고 그만인데 부사장은 한 시간 넘게 할애해 한미특수교육센터가 어떤 단체인지,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고 어떤 프로그램을 운영하는지에 귀를 기울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단이 도울 수 있는 게 있는지 물었다고 했다.

전화를 끊으면서 한인 및 한국 회사는 어떠한가 생각했다. 물론오픈뱅크처럼 정기적으로 수익의 일정 부분을 단체 지원 등을 통해 커뮤니티에 환원하는 업체도 있다. 하지만 솔직히 한인 시장을 발판으로 미국 시장에서 크게 성공한 한국 기업들이 한인 단체를 지원, 후원하고 한인 커뮤니티에 수익의 일부를 환원했다는 소식은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대신, 이들 기업은 미국 학교나 재단에 수만에서 수백만 달러를 기부한다.

일본 회사의 태도도 배워야할 부분이라 생각했다. 한인 커뮤니티 내에서도 기금 전달은 흔히 있다. 하지만 기금을 주는 쪽의 생색내기라는 인상을 지우기 힘든 경우가 많다. 대부분 기금을 주는 쪽이 언론에 연락하고 액수가 크면 자랑스럽게 밝히고 액수가 적으면 기사에 쓰지 말아달라고 한다. 기금을 전달하는 과정은 마치 이벤트처럼 치러진다. 기자가 오고 사진을 찍고 기사가 나가는 게 주목적인 듯하다. 기금을 준 단체에 관심을 갖고 준 쪽과 받은 쪽이 대화를 나누는 광경은 좀처럼 접하지 못했다.

주위를 둘러보는,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이 많은 연말이 지났다. 하지만 어려운 이를 생각하고 지원하는 일은 일년내내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새해, 기금 전달에서 그치지 않고 따뜻한 마음이 오가는 소식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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