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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로그인] 나만의 '죽기 전에 꼭' 리스트

최 주 미/조인스 아메리카 차장

신문과 달리 온라인에서는 주목률 100%를 보장하는 아이템이 있다. '죽기 전에'로 시작하는, 해야 할 일 리스트다.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최고의 여행지, 죽기 전에 반드시 먹어봐야 할 음식,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소설, 꼭 봐야 할 영화, 들어야 할 명곡, 심지어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웹툰이나 마셔봐야 할 맥주, 해봐야 할 게임까지 각종 미디어며 블로그들에 수도 없이 쏟아진다.

'살아보니 뜻대로 된 일은 어차피 없었다'며 그저 나풀나풀 살겠다는 자유 영혼들조차 한번쯤은 새해 희망이나 계획 한 두가지 쯤 가늠해보게 되는 연말연시에는 이런 '버킷 리스트가' 더 자주 등장한다.

버킷 리스트는 2007년 개봉 돼 크게 화제를 모았던 영화 '더 버킷 리스트' 에서 처음 나와 세계 시민 공통의 미션으로 등극했다. 본래 '버킷'은 '킥 더 버킷(kick the bucket)'에서 온 말이라고 한다. 중세 교수형은 양동이 위에 죄수를 올려 세운 채 목에 밧줄을 감고 형 집행인이 양동이를 발로 차버려 (kick the bucket) 죽음을 맞게 했는데, 여기서 '죽는다'는 의미의 '킥 더 버킷'이라는 속어가 나왔고 영화에서 이를 빌려와 '죽기 전에 꼭 해야할 일의 목록' 이라는 의미로 '버킷 리스트'를 만들어 낸 것이다. 그러니 버킷 리스트는 죽음을 목전에 둔 자의 삶에 대한 애착과 후회, 마지막 안간힘과 같은 절실함을 바탕에 깔고 있는 셈이다.



'죽기 전에 꼭'을 앞에 내세운 그 목록들은 저마다 제한된 시간을 아끼며 가치있게 사용하고 싶은 시한부의 초조함과 그 절실함만큼 엄선된 미션으로의 가치를 강조한다. 무한경쟁 사회의 치열함 속에서 나 혼자 설렁설렁 인생을 낭비하지 않는지 되새기라는 명령이 되고, 갈 곳 모르는 방황의 한 지점에서 이 정도 쯤은 해야 '남들 만큼은' 사는 거라는 평균치 인생의 부표라고도 할 수 있다.

어쩌면 인간은 누구나 죽는다는 뻔한 결말에 무심한 우리 삶의 중간 쯤에서 '죽기 전에' 라는 한 방으로 죽음의 필연을 리마인드 시켜주는 효과도 분명 있다. 리스트들의 객관적인 가치와 기준이 때론 함량 미달이기도 하고 대부분의 경우 '장삿속' 의 목록 나열이기 십상인 걸 알면서도 눈길이 가고 관심이 쏠리게 되는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 남들이 제시하고 있는 무수한 버킷 리스트들은 나의 몹쓸 나태를 깨우는 자극제로, 인생의 의미를 재점검해 보는 체크리스트로만 읽고, 이제는 나만의 새해 버킷 리스트를 만들어 보기로 한다. 내가 올해 정말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일까? 내년에 죽음을 맞게 된다면 절대 놓치고 싶지 않은 인생의 경험은 무엇일까?

그런데 함정은 사실 여기에 있었다. 내 관심사, 내 취향, 내 희망과 바람 중 정말 절실한 것이 무엇인지를 찾는 단계에서 그만 막막해졌다. 당장의 희망을 골라내기도 쉽지 않은데 그마저도 시간과 비용과 남의 이목과 가치와 효율 같은 세속의 기준들로 당장 난도질당하고 풀이 죽기 일쑤였다.

죽음을 앞둔 환자들에게 가장 후회되는 일이 '내가 살고싶은 대로 살지 못하고 남들에게 보이기 위한 삶을 산 것'이라고 고백했다는 사실이 이쯤에서 절절하게 다가온다. 아무래도 내 버킷 리스트는 '완전하게 이기적으로 내가 하고 싶은 희망의 리스트를 만드는 일' 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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