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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시범무대 '으랏차'…태권도 그랜드 마스터 80세 유병용씨

오늘 생일맞아 윌셔 이벨극장서 공연
세계무술선수권대회서 7차례나 우승

80년 전 오늘인 1935년 1월 17일. 경기도 안성의 한 집에 사내 아이가 태어났다. 일제 치하 시절에 어렵게 얻은 아들이었으나 그의 탄생은 재앙이었다. 먹을 것이 없어 가죽 신발로 국을 끓여야만 했던 지독한 가난 때문이었다. 더구나 아이에게는 다리가 굳어 잘 펴지지 않는 장애도 있었다. 부모는 그를 버렸다. 냇가 어두운 곳에 두고 자연스레 다시 하늘로 가 주길 바랬다.

그러나 아이는 몰래 어머니가 주던 젖을 먹고 한 달을 울며 버텼다. 가까스로 목숨은 지켰다.그러나 생애 첫 한 달 동안에 겪은 일로 병이 더 심해져 서지도, 걷지도 못했다.

하지만 이 아이는 이후 세계 무술 선수권 대회에서 7회나 챔피언에 오르는 태권도 영웅이 된다. 할리우드 영화 판에서는 제작자로 이름을 날리기도 한다.

그리고 80회 생일을 맞는 오늘 은퇴를 기념하는 마지막 태권도 시범 무대에 선다. 이 무대에는 그의 태권도 제자인 할리우드의 유명 배우들도 참석할 예정이다. 태권도 그랜드 마스터, 유병용(80)씨의 얘기다.



1막. 태권도로 일어서다

"너는 일어날 때까지 집에 못 간다."

1940년 경기도 안성의 한 태권도 도장. 어린 유병용은 다리에 힘을 주고 일어나려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쓰러지고, 또 쓰러졌다. 다리 신경이 제대로 발달되지 않는 장애 때문이었다. 사범은 이런 그를 봐주지 않았다. 스스로 일어설 때까지 호되게 혼을 냈다. 장애를 놀려대는 주변 사람들을 피해 우연히 찾아간 도장이었다. 그 곳에서 만큼은 '너는 일어설 수 있다'는 희망의 말을 들었다. 그래서 도복을 입고 태권도만 했다. 그는 독을 품었다. 그렇게 매일 눈물과 땀으로 도복을 적셨다.

그러다 열살을 갓 넘긴 오느 날 일어섰다. 완벽히 균형을 잡지는 못했지만 그토록 바라던 발차기를 처음 했다. 이후 태권도 선수로 활약하며 고려대학교에 체육 특기생으로 입학했다.

2막 1장. 유학생, 꿈을 펼치다

1964년 UC 버클리로 유학을 왔다. 운동만 했던 그가 정치학을 공부하겠다고 나섰다. 결과는 대실패였다. 대학 측은 그를 부속 고등학교로 쫓아냈다. 부족한 영어에 학습 능력이 턱없이 부족했다. 공부는 또 하나의 넘어야 할 장애물이었다. 하지만 또 일어섰다. 이를 악물고 운동과 공부를 병행해 고등학교, 커뮤니티 컬리지를 거쳐 다시 버클리로 갔다. 공부의 '참 맛'을 알게 된 그는 기세를 몰아 스탠포드대학에서 스포츠 의학, UCLA에서 영양학 박사 과정까지 마쳤다. "영어 못하는 나는 또 병신 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죽을 각오로 하니 또 기적을 이뤄냈다."

2막 2장. 세계를 제패한 '태권 BY'

공부만 한 건 아니다. 1966~1975년 사이, 미국 각 지에서 열린 무술대회에 유일한 태권도 선수로 출전했다. 어린 시절 장애를 극복하며 배운 그의 태권도는 강했다.

유 관장은 가라데, 복싱, 쿵푸 등으로 단련된 세계 각국의 무술인들을 링 위에 눕히며 총 일곱 차례 세계 정상에 올랐다. 선수 시절 각종 세계 대회에서는 총 26개의 금메달을 따냈다. 당시 언론은 유 관장을 '병유(Byong Yu)'라 부르고 팬들은 '태권 BY'라 칭했다. LA타임스는 그를 '동양 호랑이의 기운을 가진 남자. 태권 BY'라고 썼다.

3막. 할리우드 배우들의 스승이 되다

1974년, 학비를 벌고자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에서 태권도를 가르쳤던 유 관장은 우연히 홍콩 영화 제작사인 골든 하베스트의 사장의 눈에 띄었다. 한국의 정창화 감독 작품 '흑무사'을 통해 데뷔했다. 이후 그는 영화 제작 파트에서 투자 유치 전문가로 활동하게 됐다. 배우들에게는 태권도를 가르쳤다. 이렇게 연을 맺은 제자들이 톰 행크스, 빌리 크리스탈, 제니퍼 가드너, 지나 데이비스 등이다.

4막. 워너브라더스의 부사장 되다

선수 은퇴 후인 1976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영화 산업에 뛰어들었다. 그동안 쌓은 인맥으로 유니버셜사를 거쳐 1998년부터는 워너브라더스에서 일했다. 특히 태권도 제자로 연을 맺은 월트디즈니사의 애런 혼 회장은 워너브라더스 사장 시절 유 관장을 부사장에 임명했다. 둘은 8년 동안 패션오브크라이스트, 반지의 제왕, 라스트 사무라이 등을 제작했다.

유 관장은 또 선수 은퇴 후 59개국을 돌며 한국 태권도의 화려함을 뽐냈다.

5막. 마지막 쇼, 'Master's Way'

유 관장은 혼 회장의 주최로 오늘 오후 7시부터 윌셔 이벨 극장에서 마지막 시범 공연을 펼친다. 현장에는 그의 제자인 할리우드 스타들도 많이 참석할 예정이다.공연에서 그는 벽돌 격파와 공중 회전 격파, 할리우드 액션 연기, 권총 방어 시범 등을 선보인다. 이 공연은 혼 회장이 그의 은퇴를 기념해 직접 제안했다. 티켓 구입은 현장에서도 가능하다.

유 관장은 공연을 직접 소개해 달라는 요청에 힘찬 기합 소리를 넣으며 답했다.

"이미 80이 넘은 나이이지만 사랑하는 친구, 제자 앞에서 내 생애 가장 멋진 순간을 선물하고 싶습니다. 한인 관객들도 함께 팔순 노인의 마지막 쇼에 힘찬 기합 소릴 넣어 주면 좋겠습니다. 빠샤!".

오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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