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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In ] 다큐 '드롭박스'를 봐야 하는 이유

정 구 현/경제부 차장

'베이비박스는 없어져야 한다.'

한국의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한 말이다. 베이비박스는 서울 난곡동 '주사랑공동체' 벽에 설치된 영아 의탁 상자다. 2009년 이종락 목사가 만들었다. 길에 버려지는 아기들을 품기 위해서다. 전 장관은 이 박스가 "영아 유기를 조장할 수 있다"고 폐지하려했다.

그 안타까운 대립을 지난 2011년 10월에 첫 보도했다. 당시 USC 재학 중이던 백인학생 브라이언 아이비(24)가 한국에 가서 베이비박스를 다큐멘터리로 찍는다는 소식도 전했다. 그후 답답한 이야기만 전해졌다. 당시 한달에 3~4명 정도였던 버려지는 아기가 거의 하루 한 명꼴로 늘었다고 했다. 지난 5년간 총 629명의 아기가 베이비박스에 버려졌다.

그러던 지난주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브라이언이 만든 다큐멘터리 '드롭박스(The Drop Box)'가 미 전역의 극장에서 개봉된다고 했다. 이 다큐멘터리로 그는 크리스천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았다.



16일 브라이언과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그는 이날 밤 샌타모니카칼리지에서 예정된 LA시사회 때문에 바쁜 와중에도 짬을 냈다.

-제작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한국어를 못해서 안타까웠다. 아이들과 이종락 목사님간의 대화에서 세심한 뉘앙스 조차 놓치기 싫었는데, 어려웠다."

촬영시 통역을 맡았던 그의 친구 새라 최 프로듀서에 따르면 브라이언은 '완벽주의자'라고 했다.

-다른 어려움은.

"주사랑공동체에서 기거하면서 촬영했는데, 밤에 아이들이 아파서 자주 울었다. 또 베이비박스에 들어온 아기 울음소리를 들을 때마다 가슴 아팠다."

-상영시간이 80분이다. 다큐멘터리치고는 길다.

"원래 20분짜리 단편으로 만들려 했다. 찍을수록 버릴 수 없는 이야기들이 늘어났다."

-촬영 동안 무엇을 느꼈나.

"장애인은 나였다. 아이들은 몸이 불편할 뿐이지만, 난 영혼이 망가져 있었다. 장애아들의 아픔을 보지 못하는 내가 아픈 사람이었다."

-다큐멘터리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하나님이 우리에게 보내는 러브레터다. 희생과, 사랑, 희망, 인간 존재의 이유를 담았다."

-할리우드 영화도 만들 생각인가.

"드롭박스를 찍으면서 기독교인이 됐다. 기독교 영화만 만들려고 한다. 천만 달러를 들인 첨단기술의 거짓말(technological lie)보다는 10만 달러가 들어간 드롭박스처럼 '분명한 진실(plainest truth)'을 전달하는 것이 내가 할 일이다."

최근 한국의 화제작 '국제시장' 관객수가 1000만을 돌파했다. LA에서도 흥행 열기가 이어지고 있다. 제작비가 180억 원이라고 한다. 그 0.5% 밖에 안 되는 저예산의 다큐멘터리를 대작이 주는 감동과 비교하긴 어렵다.

그럼에도 드롭박스는 한인이라면 반드시 봐야한다. 그동안 우리가 눈감고 지나친 우리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베이비박스 존폐논쟁을 벌이는 동안 갓 스물을 넘긴 백인 청년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나라로 몇차례나 날아가 '불편한 진실'과 마주했다. 그 용기와 노력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기도 하다. 극장을 찾아가야 할 이유는 또 있다. 상영관 수익금의 일부가 주사랑공동체에 기부된다.

다큐멘터리는 3월 3, 4, 5일 3일간 전국 700개 극장에서 상영된다. 개봉관은 인터넷홈페이지(thedropboxfilm.com)에 집코드를 치면 나온다. LA한인타운에서는 다운타운의 LA라이브가 가장 가까운 극장이다.

베이비박스를 만들어 아이들을 품어온 이종락 목사도 시사회에 맞춰 LA에 왔다. 그가 2013년 기자와 인터뷰에서 한 말은 아직도 여운이 남는다. "버려지는 아기가 한 명도 없어서 베이비박스가 사라지는 날을 보는 것이 소원"이라고. 전 장관과 같은 말을 했지만 이 목사의 말 뜻은 다르다. '제발 생명을 버리지 말라'는 당연한 애원이다. 베이비박스는 없어져야 한다. 하루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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