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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부자가 될 수 없는 세상

김완신/논설실장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작품에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원제: To Have and Have Not)'가 있다. 1937년 초판이 출간돼 미국에서 영화로도 제작됐지만 한국에서는 지난 해 처음 번역돼 나왔다.

소설은 플로리다 최남단 키웨스트에서 낚싯배를 운영하는 주인공 해리 모건의 인생 역정과 몰락을 그렸다. 모건은 부자 손님과의 불화와 사기로 직업을 잃고 결국에는 중국인 밀항과 밀수에 손을 댄다.

1930년대 대공황의 격변기를 배경으로 부자와 가난한 자를 대비하면서 밑바닥 인생의 고통스러운 삶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19일 국제구호단체 옥스팜이 발표한 보고서에서 내년(2016년)에는 전세계 상위 1%가 차지하는 부의 비중이 50%이상 될 것으로 전망됐다. 또 북미지역과 유럽에는 전세계 상위 1% 부자의 77%가 거주해 부의 지역적 편중도 심화돼 가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기준으로 상위 1%에 속한 성인 3700만명의 1인당 평균자산은 270만달러로 나타났다. 인구를 상위 20%와 하위 80%로 구분할 경우, 20%에 전 세계 부의 94%가 집중된 반면 하위 80%의 재산은 전세계 부의 6%에 불과했다. 문제는 시간이 갈수록 부의 편중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경제학에는 소득의 편중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가 있다. 소득의 완전 균등을 보여주는 0에서 소득의 독점을 나타내는 1까지의 수치로 표시한다. 1에 가까울수록 빈부격차가 크고 0에 가까울수록 부의 균형적인 분배를 의미한다. 한국의 지니계수는 0.313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가깝다. 지니계수가 낮은 국가(상대적으로 부가 균등하게 분배되는 국가)에는 복지제도가 발달한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등이 포함돼 있으며 0.24~0.25의 분포를 보인다. 동유럽 국가나 아프가니스탄 등도 지니계수가 낮지만 이는 부가 평준화됐다기 보다는 대부분의 국민이 가난해 상대적으로 편차가 적게 나타난 것에 기인한다.

자본주의 확산으로 전세계적으로 부의 불평등이 문제가 되고 있다. 그렇다고 제도적으로 부를 균등하게 분배거나, 인위적으로 개인의 부를 제한할 수는 없다.

부의 불평등은 분명 해결해야 할 문제지만 한편으로는 불평등이 항상 나쁜 것만은 아니다. 어느 정도의 불평등은 개인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노력을 유발하는 긍정적인 작용을 한다. 자본주의도 결국은 자신보다 나은 사람들과의 불평등을 줄이겠다는 개인의 노력에 의해 발전돼 왔다.

문제는 불평등의 정도가 '오르지 못할 나무'의 수준이어서 '쳐다볼 수도 없을' 경우다. 2011년과 2012년 월스트리트 시위도 결국은 '오르지 못할' 금융자본가들에 대한 반감의 표시였다. 월가 시위대들은 1%의 금융 부자들이 전체 부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현실에 저항하면서 '우리는 99%다'라는 구호를 사용했었다.

미국은 지니계수 0.45로 빈부격차가 심한 국가에 속한다. 가난한 국민을 위한 사회안전망이 비교적 잘 갖춰져 체감 격차는 적을 수 있지만 부자들의 나라임은 분명하다. 20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새해 국정연설을 통해 자본소득의 최고세율을 올려 부자들로부터 많은 세금을 거둬들이고 중산층에는 세금공제 혜택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중산층을 포함한 모든 국민들에게 금융위기를 극복한 혜택이 고루 돌아가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헤밍웨이의 소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가 발표된 지도 한 세기가 가까워지고 있다. 그러나 소설의 주제였던 빈부 격차, 계층 갈등, 금융자본 독점 등의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미 실패로 검증된 사회주의가 대안이 될 수도 없다. 빈부의 차이를 숙명처럼 안고 가야할 자본주의의 미래가 걱정스러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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