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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바보 같이 사는 '즐거움'

김명열·자유기고가

미생지신(尾生之信)과 각주구검(刻舟求劍)의 고사에는 바보 같은 남자가 나온다.

미생지신 즉 미생의 믿음이라는 뜻이다. 미생이라는 남자는 사랑하는 여인을 다리 아래서 만나기로 했다. 약속한 시간에 다리 밑에서 기다렸으나 여인은 오지 않는다. 장대비가 쏟아져 다리 밑에서 기다리는 미생의 다리 허리 가슴 목까지 물이 차오르는데 사랑하는 여인은 오지 않는다. 결국 미생은 물에 잠겨 떠내려가고 만다.

다음은 각주구검의 남자다. 배를 타고 가다가 칼을 바다에 빠뜨린 한 남자가 있었다. 남자는 품에서 다른 칼을 꺼내어 배위에 무언가 새기고 있다. 즉 칼을 빠뜨린 지점을 기억해 두기 위해 칼로 배위에 표시를 새겨둔 것이다.

오지 않는 여자를 기다리는 남자 바닷물에 칼을 빠뜨리고 배에 잃어버린 지점을 새기는 남자 이들은 공통점이 있다. 하나같이 뭔가를 구하려했던 사람이다. 현대말로 치자면 바보짓을 한 것이다.



세상을 보면 바보는 얼마 없고 모두가 똑똑하고 현명한 사람들만 살고 있는 것 같다. 정치인들의 경우를 봐도 너는 틀렸고 바보 같은데 나만 옳고 똑똑하단다. 국민들 역시 너는 틀렸고 나만 옳다고 한다. 지금의 우리사회는 모두가 똑똑한 사람만 있고 바보는 없다. 그렇다면 나만이라도 바보가 되면 세상을 좀 더 편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나는 가끔 이 세상을 바보같이 사는 것이 더 현명하게 사는 법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눈앞의 한 푼과 욕심에 연연하면 삶이 너무나 각박해지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위에 서길 원하고 언제나 위를 향한 일념으로 세상을 살고 있다. 모두들 난리치며 위를 향할 때 나만이라도 마음 편하게 내려가서 살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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