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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흔들리는' 중산층 붙들기

김완신/논설실장

시사주간지 타임은 지난 1927년부터 매년 그 해 가장 영향력이 컸던 사람을 '올해의 인물'로 선정해 발표해 오고 있다. 올해의 인물은 뉴스로써의 가치에 중점을 두기 때문에 긍정적 또는 부정적 영향에 관계없이 선정된다. 대부분 개인이 뽑히지만 '위기의 지구''컴퓨터' 등 무생물이나 '미국의 여성' '시위자' 등 단체가 선정되기도 했다. 1969년에는 '미국의 중산층'이 뽑혀 타임 표지를 장식했다. 타임은 중산층을 선정한 이유에 대해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걸쳐 '소리없는 다수'로서 미국사회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거의 반세기 전에 타임이 한 해 동안 뉴스의 중심이었다고 발표한 '중산층'이 올해 다시 화두로 떠올랐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국정연설을 통해 중산층 살리기를 최우선 과제로 강조했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경제위기는 끝났지만 아직도 남은 걸림돌은 있다"며 "중산층의 성장부진이 가장 큰 장애물"이라고 말했다. 오바마는 중산층 경제를 살리기 위해 세금공제를 확대하고, 2350억 달러의 예산을 지출할 것이라고도 발표했다.

중산층 살리기에 대통령이 목소리를 높였지만 사실상 중산층의 기준은 애매하다. 원래 중산층은 중간계급(Middle Class)을 지칭했다. 상류층에 해당하는 자본가와 하류층에 속한 노동자들 사이에 존재하는 중간적 입장이다.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을 완충하는 계층이다. 중간계급은 사회학적 용어로 시작됐지만 20세기 들어 경제학에 차용되면서 중산층으로 불리게 됐다.

중산층의 정의는 다양하다. 프랑스와 영국은 문화적 수준이나 예술적 소양까지도 중산층 판단기준에 포함하지만 대부분 소득, 직업, 학력 등이 중산층의 기준이 된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는 중위소득의 50~150% 범위에 속한 가구를 중산층이라고 정의한다. 예를 들어 중위소득이 4만달러라면 소득 2만~6만 달러의 가구가 중산층이 된다.



중산층은 국가의 중심이다. 문제는 이 중산층이 점점 줄고 있다는 점이다. 26일 뉴욕타임스가 인구센서스국 자료를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 46년간 미국의 중산층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연소득 3만5000달러에서 10만 달러 사이를 중산층이라고 볼 때 1967년에는 이에 속한 가구 비율이 미국내 전체 가구의 53%였으나 2013년에는 43%로 낮아졌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중산층의 하위 계층으로의 전락이다. 과거에는 소득이 늘어나 상류층으로 진출하는 중산층이 많았지만 10여년 전부터는 반대로 소득이 줄어 하위계층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열심히 노력하면 중산층이 될 수 있다'는 이전 세대들의 꿈은 현실성이 없어졌다. 지금은 중산층에 속해 있다 해도 부가 상류층으로 계속 집중되면서 자리 지키기도 어렵게 됐다.

중산층은 경제활동의 중심이면서 사회 안정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적정 비율의 중산층은 국가의 경쟁력이다. 중산층은 부와 빈으로 나뉘는 사회양극화를 막는데 기여를 한다. 중산층이 두터울수록 사회전체에서 상류층과 하위계층이 차지하는 비율이 낮아져 빈부격차에 따른 갈등을 해소하는 기능을 한다.

중산층의 역할은 이념 문제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상층과 하층의 이념적 갈등을 수렴하고 보완하는 기능이 중산층에 있기 때문이다. 사회가 부자와 가난한 자로 이분돼 상극의 사고체계로 대립할 때 중산층은 이를 절충하는 중심점이 된다.

오바마 대통령의 중산층 살리기에는 공화당도 어느 정도 공감을 한다. 그러나 상당한 시각차이가 있고, 부자 증세를 반대하는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하고 있어 쉽지는 않다. 그래도 오바마 경제의 최우선 과제는 중산층 복원이다. 중산층이 타임 표지에 등장한 후 반세기가 지난 2015년, 오바마가 '중산층을 살린 대통령'으로 올해의 인물에 선정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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