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중앙 칼럼] 30년 한우물 판 '피자 부부'

최인성/S&P 팀장

"30년 열심히 한 가지만 했더니 아이들이 본받아 잘 컸어요. 돈도 모으고 이젠 두려움이 없습니다."

최근 지인의 소개로 방문했던 샌버나디노의 외진 시골길 조그만 피자가게 주인 부부가 입을 모았다. 이들은 직원도 없이 소위 '맘앤드팝(Mom and Pop)' 스토어에서 피자 화덕의 불처럼 꼬박 30년 인생과 청춘을 태웠다. 초기 이민자의 판에 박힌 성공 스토리일 수도 있지만 과연 한 가지 일을 한 장소에서 무려 30년 한다는 것이 모두에게 가능한 것일까. 안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이들의 30년은 분명 도전이었다. '우공이산' 그 자체였다.

85년 지인의 권유로 가게를 임대해 처음에는 도넛을 만들기 시작했다. 음식 경험이 전무했음은 물론 점포 운영도 처음이었다. 영어도 서툴렀고 손님들은 모두 백인과 라티노들이었다. "언어도 언어였지만 통행량이 많지 않은 시골 사거리에 도넛을 판다고 하니 누가 돈을 벌 수 있다고 믿었겠어요?"

하지만 수완이 늘고 손님들이 먼 곳에서도 찾아 왔으며 인근 공장에 대규모 배달도 하기 시작했다. 이제 이들 부부는 건물주가 됐고 달리 투자할 만한 곳을 찾는 여력도 갖게 됐다. 그러나 이들의 일상은 30년째 달라진 게 없다. 새벽 3~4시엔 가게에 도착해 영업을 준비하고 밤 10시까지 전광석화 같은 하루를 보낸다. "명절 며칠 빼고는 쉬는 날도 없어요. 남편과 저 둘 중에 한 명이 아프면 쉬는 경우는 있었죠."



주변에서 들은 소식으로는 100만 달러 정도 부동산 투자를 하려고 업계 사람들을 만났는데 행색이 초라해 보였는지 아예 이들의 말을 믿어주지 않았다고 한다.

"젖은 행주, 앞치마에 치즈 냄새로 '30년 일상'을 보내서 그런지 다른 것에 눈 돌릴 겨를이 없었어요. 큰 집, 좋은 차 그리고 겉모습이 청춘을 보상해 줄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아요. 그저 부지런한 우리 모습을 보고 자란 아이들이 모두 건강하고 사회에 나가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것, 그것이 꾸준히 일한 보상 아닐까요." 시골에 산다고 자식 농사를 걱정했던 주변 사람들도 이젠 박수를 보낸다고 한다.

더 좋은 직장을 찾아 옮기고 더 높은 보상을 받거나,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것만이 도전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한 가지 일을 한 곳에서 계속 한다는 것도 적지 않은 노하우와 노력, 끈기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분명한 도전이다.

10년 이상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자신이 하는 일이 지루하고 초라하게 보이는 순간들이 있다. 그럴 때 변화의 꿈을 꾸지 않으면 정체되고 고인 물처럼 되기 쉽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한 가지 일을 지치지 않고 계속한다는 것도 큰 의미와 보람, 보상이 따르는 것 아닐까. 피자를 30년 똑 같은 맛으로 구워 손님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이들 부부처럼 말이다.

조그만 것에도 불평하는 것이 유행이 된 시대, 인내와 끈기가 부족해지는 우리에게 이들 부부와의 피자 저녁식사를 권하고 싶다.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