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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들 거짓 증언 논란…"몸값 올리려고 참상 부풀려"

[조인스] 기사입력 2015/01/30 10:14

탈북자 신동혁(33)씨가 자신을 다룬 미국 언론인 블레인 하든의 책 『14호 수용소 탈출』을 들고 있다. [중앙포토·유튜브 캡처

탈북자 신동혁(33)씨가 자신을 다룬 미국 언론인 블레인 하든의 책 『14호 수용소 탈출』을 들고 있다. [중앙포토·유튜브 캡처

한복 차림의 탈북 여대생 박연미(22)씨. [중앙포토·유튜브 캡처]

한복 차림의 탈북 여대생 박연미(22)씨. [중앙포토·유튜브 캡처]

계산된 거짓말인가, 트라우마로 인한 기억의 편집인가.

탈북자들의 증언이 진실인가를 놓고 국제사회에서 논란이 거세다. “북한 인권탄압을 알리는 산 표본”(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라던 신동혁(33)씨가 18일자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증언을 번복했다. 영국 BBC방송이 지난해 ‘올해의 여성 100인’으로 선정한 박연미(22)씨 증언도 외교전문지 ‘디플로매트’가 거짓일 가능성을 지난해 12월 제기했다. 어디서부터 꼬인 걸까.

◆영웅에서 거짓말쟁이로=신씨는 살아나올 수 없다는 14호 수용소에서 태어나 탈출했다는 이야기로 명성을 얻었다. 미 언론인 블레인 하든이 그를 다룬 책 『14호 수용소 탈출』은 27개국에서 출간됐다.

그러나 신씨는 최근 “여섯 살 때 어머니, 형과 함께 14호 수용소에서 18호 수용소로 옮겨졌다”고 밝혔다. 18호 수용소는 통제가 덜한 곳이다. 13세 때 어머니와 형의 탈출 모의를 밀고해 두 사람의 처형을 14호에서 지켜봤고 본인도 불고문을 받았다는 증언이 모두 어그러졌다.<표 참조>

그는 진술을 번복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10월 북한 매체에 부친이 나와 신씨의 여섯 살 사진을 공개했는데 사진 속 옷이 14호에는 제공되지 않은 김일성 생일날 선물이었다. 또 신씨 어머니와 형이 살인죄 때문에 처형되는 걸 봤다는 18호 출신 탈북자도 최근 나타났다. 신씨와 최근에 통화한 인사는 “신씨가 ‘간수가 한 여자를 죽이고는 엄마와 형이 죽인 걸로 꾸미고 나에게 그게 맞다고 쓴 종이에 사인하라고 해 사인했다’더라”고 말했다. 또 말을 바꾼 셈이다.

신씨의 지인 정광일 북한정치범수용소 피해자가족협회 대표(15호 수용소 출신)는 “처음부터 동혁의 말을 믿지 않았다”고 말했다. “14호에서의 탈출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을 지적해도 다른 사람들은 시기 때문에 그런다고 생각하더라. 동혁이는 국내에선 별 활동을 안 했다. 들통 날까봐 두려웠을 거다. 나도 더 말은 못했다. 북한 인권 결의안의 유엔 안보리 상정을 위해 수십 년간 노력했는데 동혁이 하나 때문에 무너질 것 같았다.”

신씨는 2006년 중국 상하이의 한국 영사관에 들어갔을 때부터 “한국에 가면 책을 쓰겠다”고 했다 한다. 그가 2007년 낸 수기집 『세상 밖으로 나오다』를 발간한 북한인권정보센터의 윤여상씨도 신씨가 “센터에 온 직후 수기 출간을 요구했다”고 책에서 밝혔다. 신씨는 책에서 “어떤 분이 나 보고 ‘영웅’이라 했다. 창피함을 금할 수 없었다”며 “14호의 실체를 세상에 알려야 한다”고 적었다.

신씨의 본명은 신인근이다. 동혁이란 이름은 영사관으로 데려갔던 기자에게서 딴 것이라 한다. 한국계 미국인과 결혼한 상태로 오는 4월에 정식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진술 번복으로 ‘거짓말쟁이’란 딱지가 붙게 됐다. 북한은 신씨가 “13세 소녀를 성폭행하고 달아난 범죄자”라고 주장한다. 2007년부터 신씨를 안다는 안명철 NK워치 대표는 “북한은 조작의 왕국”이라며 “그가 수용소 출신인 건 분명하다”고 말했다. 신씨 몸의 상처가 고문에 의한 것이라는 영국·독일 의사의 소견도 있다.

신씨는 요즘 서울 K호텔에서 하든과 함께 책 수정본을 쓰고 있다. 호텔에서 만난 하든은 “여기 신씨는 없다”며 언급을 거부했다.

◆혜성처럼 나타났다 논란 속으로=2007년 탈북한 박연미씨는 2년 전만 해도 평범한 대학생(동국대 경찰행정학과)이었다. 이창한 교수는 “연미는 수업 때면 두세 번째 줄에 앉아 토론에 참여하는 학생이었다”며 “다른 탈북 학생들은 표가 나는데 연미는 티를 전혀 안 냈다”고 했다. 같은 과 학생도 “학교에선 조용했다”고 했다.

박씨는 지난해 ‘세계 젊은 지도자 회의’와 영국 의회 등에서 탈북 경험을 전하며 혜성처럼 ‘북한 인권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그는 영어를 잘 못하는 다른 탈북자와 달리 영어로 말한다. 박씨는 지난해 일요일에도 9시간씩 영어 공부에 매진했다고 한다. 올해엔 미국 인권단체 인턴으로 일하려 휴학을 했다. 오는 9월엔 책도 낸다. 유명한 미국 대필 작가가 붙었다. 한 이탈리아 출판사 편집장은 “박연미는 인간의 권리를 위해 싸우고 있는 가장 용맹한 전사(戰士)”라고 했다.

그러나 외교전문지 디플로매트는 지난해 12월 10일자 기사에서 “13세 때 북한을 떠난 21세의 기억을 믿을 수 있나”라고 꼬집었다. 미국 영화를 봤다는 이유로 공개 처형되는 이가 있었고 어머니가 성폭행당했다는 박씨의 말도 인터뷰를 할 때마다 조금씩 달라진다고 지적했다.<표 참조>

탈북자들도 “한국 드라마를 보면 수감은 되지만 총살되진 않는다” “연미는 탈북 여성들이 나오는 한 종편 프로그램에 나왔는데 출연자들이 하도 거짓말을 많이 해 작가에게 항의 전화를 한 적도 있다”며 의문을 표시했다.

그러나 박씨의 지인 케이시 라티그는 “모국어가 아닌 영어로 인터뷰를 하다 보니 생긴 문제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인권 단체 ‘링크’의 박석길 정보전략부장도 “트라우마 때문에 처음엔 말을 안 하다 나중에 말하는 게 거짓말은 아니다”고 했다.

◆외상후스트레스·뮌하우젠 증후군?=탈북자들의 증언 번복에 “참상을 부풀려 몸값을 올리려는 노림수”란 주장과 “충격적 과거에 대한 기억은 변질될 수 있다”는 반론이 맞붙는다.

외국에서도 비슷한 논란은 있다. 캄보디아 인권운동가 소말리맘은 자신과 여성들의 성노예 경험담을 꾸몄다는 의혹이 지난해 제기됐다. 하지만 홀로코스트 생존자였으나 자살로 생을 마감한 프리모 레비는 “가장 고통스러운 기억은 건너뛰게 된다”고 토로했다.

일각에선 이를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PTSD), 허언증(자기 거짓말을 그대로 믿음), 뮌하우젠 신드롬(문제가 없는데도 있다며 관심을 끌려 함), 리플리 증후군(거짓말을 상습 반복)으로 설명한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탈북자 수백 명을 인터뷰해봤는데 10%는 과장을 한다”며 “과거에도 탈북자 이순옥씨가 ‘북한에서 사람을 쇳물에 넣어 죽인다’고 했지만 거짓”이라고 했다. 그러나 서울대 김창대(상담심리) 교수는 “탈북자들이 그런 ‘병’을 앓고 있다 생각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진술이 일관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증언 모두를 부인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아산정책연구원은 27일 보고서에서 “북한이 ‘신동혁은 거짓말쟁이’ 프레임을 만들었는데 이는 난징학살과 위안부를 부인하는 일본이 쓰는 수법”이라고 지적했다. ‘몇몇 오류의 발견→대대적 공격→국가적 부인’의 경로라는 것이다. 실제 북한은 신씨의 진술 번복을 이유로 유엔 북한인권조사위(COI) 보고서의 수정을 요구한다. COI보고서는 북한 인권침해 행위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자는 결의안을 유엔에서 통과시키는 역할을 했다.

탈북자들은 ▶언론이 충격적 증언을 받아 적지만 말고 ▶ICC에서 처벌할 수 있게 수감자 명단 등 정확한 기록 작성에 힘쓰고 ▶국정원이 간첩인지만 묻기보다 인권 유린도 조사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 외신 기자는 “한국 인권단체들은 북한을 돕는 일이 될까봐 탈북자 거짓말을 지적하지 못한다. 그러나 이런 일로 국제사회의 신뢰를 잃을 수 있다”고 했다.

백일현 기자 keysm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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