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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포 채플린' 재단과 세월호 의인

김 택 규 / 국제평화포럼 편집위원

오는 2월 3일은 1988년 연방의회가 선포한 '포 채플린의 날(Four Chaplains Day)'이다. 굳이 한국어로 번역하자면 네 명의 군목을 기리는 날이다.

2차대전이 한창이던 1943년 3월 2일 새벽 0시55분 그린랜드 해역을 항해하고 있던 미 육군 수송함 도체스터호가 독일 잠수함 U-233으로부터 어뢰 공격을 받았다. 그 함정에는 유럽 전선으로 가는 904명의 장병이 승선하고 있었다. 여기에 하버드대 부속 군목학교(Chaplain School)에서 함께 교육 받은 신참 군목 4명도 타고 있었다. 그들은 조지 L 팍스(감리교 목사) 클라크 V 폴링(개혁교단 목사) 알렉산더 D 구드(유대교 랍비) 존 P 워싱턴(천주교 신부)이었다.

도체스터호는 선체가 파손당하면서 함내 전기가 모두 나가 버렸다. 암흑 상태에서 병사들은 출구를 못찾고 패닉 상태가 되어 아우성을 쳤다. 이때 네 군목들이 나타나 병사들을 진정시키고 그들이 질서있게 대피하도록 도와 주었다. 구명재킷이 없는 사병들이 많았다. 네 군목은 모두 자신들이 착용하고 있던 구명재킷을 벗어 주위의 사병들에게 입혀 주었다.

구명보트도 몇 척 안 되었다. 탑승의 우선권이 주어졌지만 네 군목들은 사병들을 대신 타게 했다. 최후로 그들은 갑판에 결연하게 서서 서로 손을 잡고 병사들의 무사 구조를 위해 간절히 기도했다. 그 후 네 군목들은 큰 소리로 찬송을 부르며 배와 함께 바다 속으로 사라졌다. 이것은 구조된 병사들의 증언이다.



도체스터호는 공격받은 지 불과 27분 만에 침몰됐다. 904명의 탑승자 중 그나마 230명이 구조될 수 있었던 데는 네 명 군목의 역할이 컸다.

1951년 이들 군목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리기 위해 '4 군목 기념 재단(FCMF.The Four Chaplains Memorial Foundation)'이 트루먼 대통령에 의해 설립됐다.

최근 FCMF 재단에서 한국의 세월호 참사 때 영웅적으로 학생과 탑승자를 구출하고 스스로를 희생한 고 최혜정 단원고 교사와 박지영 승무원에게 '골드메달'을 수여키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골드메달은 이 재단이 수여하는 최고 등급의 상이다. 과거 카터 레이건 등 여러 대통령이 이 메달을 수상했다.

이번 기회에 우리도 '최혜정.박지영 기념재단' 같은 것을 만들면 어떨까? 재단을 발족하면 그들의 살신성인 정신을 기리는 동시에 FCMF 같이 비상사태 때에 남다른 희생정신을 보여준 사람을 표창도 하고 그 정신을 고취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렇게 하면 한국 사회에 최혜정.박지영 같은 의인(義人)들이 더 많이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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