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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 지켰더니 더 행복했다"…거액 돈가방 주인에게 돌려준 한인 마켓 경비원

주인이 마켓에 편지 보내
고객 입소문 타고 알려져

"가방 안에는 현금과 체크가 가득했다. 일을 안 해도 1년은 먹고 살 수 있을 정도로 많았다. 몸이 아파 누워만 있던 탓에 제대로 부양하지 못한 가족들의 얼굴도 떠올랐다. 이 돈이면 좋은 음식이며 영양제도 마음껏 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가방을 든 손이 부르르 떨렸다."

세리토스 시온마켓 경비원 오백(58·사진)씨의 솔직한 고백이다. 오씨는 지난 15일 마켓 주차장 바닥에서 거액의 현금과 체크가 든 가방을 발견했다. 해가 진 오후라 어두웠고, 보는 이도 없었다. 한 번만 양심을 속이면 궁핍해진 주머니를 두둑하게 채울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정직한 길을 택했다. 가방을 마켓 사무실로 가져가 허겁지겁 달려 온 주인에게 돌려줬다.

오씨는 "사실 유혹을 떨치기가 힘들었다. 2013년에 신장 한 쪽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고, 일을 하다 몸을 또 다쳐 치료를 받으면서 가정 형편이 많이 어려워졌다. 하지만 양심을 지키고 느낀 뿌듯함이 나를 더 행복하게 했다"고 말했다.

오씨는 동료들 사이에서 '오지랍이 넓은 사람'으로 통한다. 자신의 일이 아닌 주차장 차량 안내, 카트 정리까지 도맡아 하기때문이다. 오씨가 소속된 경비 업체 DM의 이두하 사장은 "가방 주인이 사례금을 준다고 했지만 오씨는 거절했다. 어려운 형편에 받을 법도 했지만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손사레를 쳤다"고 말했다.



양심을 지킨 시온 마켓 경비원의 이야기는 세리토스 지역 한인사회에 훈훈한 감동으로 퍼졌다. 돈 가방을 돌려 받은 주인이 장문의 편지를 마켓에 보내면서다. 마켓 관계자는 "편지는 '자칫 삶 전체에 큰 위기를 맞을 뻔 했는데 오씨의 양심적인 행동 덕분에 다행이었다'는 내용"이라며 "오씨의 얘기는 마켓 고객들의 입 소문을 타고 알려지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세리토스 주민 로버트 박(54)씨는 "나 부터가 '한인들을 믿으면 안 된다'고 얘기하고 다녔다. 그런데 오씨의 얘기를 들으니 아직 한인 사회의 정이 남아 있구나 싶어 절로 웃는다"고 말했다. 한인 2세인 라이언 주(23)씨도 "한인인게 자랑스럽다. 기사가 나가면 페이스북에 올려 자랑하고 싶다"고 말했다.

오씨는 "경비원을 멸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아쉬웠다. 그러나 나도 이렇게 보람있는 일을 할 수 있다는 자부심이 생겼다. 늘 역할에 충실하며 살겠다"며 웃었다.

오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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