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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여] 거절당한 남자의 못난 복수

김형경·소설가

거절당했을 때 지질하게 되갚는 남자들이 있다. 단지 여자에게 사랑을 고백했다가 거절당했을 때도 어떤 남자들은 상대방에 대해 헛소문을 퍼뜨리며 '나쁜 년'으로 모함한다. 남성중심 세상에서 남자들 사이에 은밀하게 떠도는 나쁜 소문의 주인공이 되는 여성 입장 따위야 상관할 바 아니다.

권력을 빌미로 저녁 식사에 초대해 '어떻게 해보려다가' 시도가 무산되면 금세 업무상 불이익을 준다. 상대적 약자 위치에 있는 여성이 그런 제안을 처리할 때 공중 줄타기하는 심정이라는 사실 따위야 관심 없다. 연애하다가 헤어지면 물리적 폭력쯤은 사용해도 된다고 믿는 남자도 있다.

다양한 방법으로 스토킹하거나 자해를 시도할 때 상대방이 얼마나 큰 공포를 느낄지 상상하지 못한다. 결혼했다가 헤어지면 자기 인생이 망가졌다고 느끼면서, 상대방의 인생을 망가뜨려도 된다고 생각하는 남자도 있다. 그런 폭력에는 간혹 많은 희생이 따르고 사회적 비용이 소모되지만 당사자는 오직 자신의 분노밖에 볼 줄 모른다. 사랑을 거절당했을 때 여자에게 보복하는 남자는 자기가 투자한 시간·돈·에너지에 비례해서 화낼 자격이 있다고 여기는 듯하다.

'자기애적 분노'라는 용어가 있다. 스스로를 특별하고 우월한 사람이라 여기면서 거절당하는 일에 대해 모욕감·분노를 느끼는 감정을 말한다. 사랑을 거절당한 남자들이 느끼는 감정이다. 무엇보다 남자들은 자기를 거절한 여자가 다른 남자 차지가 되었다는 사실을 참지 못한다. 경쟁에서 졌다는 열패감에 휩싸여 자기가 갖지 못한 것을 파괴하고 싶어한다.



사실 사랑을 잃은 사람이 느끼는 감정은 상실감과 슬픔이다. 하지만 '핵존심'으로 무장된 남자는 그런 패배적인 감정을 인정할 수가 없다. 상대방을 비난하면서 분노, 복수 행동 등으로 표출하는 게 덜 아프고 안전하다 여긴다. 자기 마음을 인식하지 못하는 남자, 불편한 감정을 성숙하게 처리하지 못하는 남자가 폭탄처럼 위험해지는 사례를 우리는 오늘도 목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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