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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포커스] 중산층 일할 의욕 앗아가는 사회

김 동 필/사회부장

LA다운타운 남서쪽 사우스센트럴LA는 남가주의 대표적 흑인 밀집 거주지역 중 하나였다. 90년대까지만 해도 주민의 절반 이상이 흑인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급격한 변화가 생겼다. 히스패닉이 전체의 3분의 2를 차지할 정도로 급증한 것. 히스패닉 인구 증가는 가주 전역에서 나타난 현상이지만 유독 이 지역이 두드러진다.

전문가들은 흑인들의 자발적 이주에 의한 것이 아니라 히스패닉계에 밀려난 것으로 분석한다. 흑인들이 소유하고 있던 주택과 업소들이 히스패닉 쪽으로 넘어가면서 인구 구성에 변화가 생겼다는 설명이다. 그리고 그 이유를 '근로의욕'의 유무에서 찾는다.

시민권자인 흑인들은 사실 죽어라고 일을 하지 않더라도 최소한의 생활은 가능하다. 정부로부터 메디캘, 식료품지원(EBT), 웰페어 등의 사회보장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히스패닉계는 상황이 다르다. 불법체류자 비율이 높다 보니 어떻게든 일을 해야 하는 살 수 있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은 정부 혜택을 기대하기 어려우니 무슨 일을 해서라도 스스로 생활을 유지해야 한다. 결국 시간이 지나면서 한쪽은 경제상황의 정체 내지는 후퇴를 면치 못했고, 다른 쪽은 부의 축적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요즘 중산층들이 근로 의욕을 잃어가고 있다. 세금은 꼬박꼬박 내는데 혜택은 갈수록 줄어든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연방정부나 주정부의 재정적자 상황이 계속되면서 중산층 혜택 축소는 긴축정책의 우선 순위가 되다시피 했다. 특히 오바마케어(가주는 커버드 캘리포니아) 시행 이후 이런 박탈감은 더 커진 듯하다.



누구는 소득이 적다는 이유로 거의 공짜로 건강보험 혜택을 누리는 반면, 중산층은 소득이 조금 더 많다는 이유로 비싼 보험료를 감당해야 한다. 부부가 맞벌이를 하는 한 지인은 이런 상황을 두고 "차라리 둘 중 하나가 일을 관두는 편이 더 낫겠다"고 푸념한다. 이같은 불만은 비단 이 지인만의 심정은 아닐 것이다.

인터넷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중산층(middle class)'이라는 말이 처음 등장한 것은 18세기 중반이다. 당시에는 귀족과 평민계급의 중간 이라는 의미로 사용됐다는 것. 이후 자본주의 확산에 따라 경제 용어로 변하면서 자산과 수입 정도에 따라 상류층과 서민층(저소득층)의 중간층을 의미하는 말이 됐다.

전문가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중산층은 그 사회이 소득 수준을 기준으로 30%~70% 사이를 일컫는다고 한다. 그 폭이 워낙 넓다보니 중하-중중-중상로 다시 세분화하기도 하지만 자산과 소득 수준이 자신이 속한 사회의 중간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 연방의회 리서치 서비스국의 2014년 자료를 보면 2012년 현재 미국 가구주의 중간 소득은 5만1000달러로 되어 있다. 미국에서 이 정도 소득 이상이면 중산층에 포함되는 셈이다. 하지만 이 정도 수입으로 중산층의 생활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타격을 입은 계층이 중산층이다. 장기 불황에 일자리를 잃고 소득은 줄었지만 경제회복의 과실은 공유하지 못했다. 금융위기 이후 부유층과 중산층의 소득 격차는 더 벌어졌다.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서 대통령의 소속 정당인 민주당이 참패한 것도 이런 불만이 표출된 것이다.

이런 비난 여론을 감안한 듯 올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국정연설 화두는 '중산층 살리기'였다. 연소득 50만달러 이상의 고소득층에게서 세금을 더 걷어 서민층에 대한 혜택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처방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중산층의 일할 의욕을 되살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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