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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히말라야를 꿈꾸게 만든 만남

오 수 연/기획특집부 기자

가끔 한국에 있는 대학 동기들과 연락하고 SNS를 통해 소식을 접하기도 한다. 그럴 때면 후회가 밀려온다. 특히 방학시즌이면 더하다. 교사인 한 친구는 방학이면 해외 여행을 주로 다닌다. '부럽다'는 댓글을 올린다. '나도 그럴 수 있었는데…'라며 넋두리를 해본다. 사범대를 나온 기자가 유학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그들처럼 선생님이 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 종종 교사가 직업선호도에서 1위를 차지했다는 뉴스를 들으면 '미친 짓'이라며 당시의 결정에 대해 자책하기도 한다. 물론 갖지 못한 것에 대한 동경이다. 남의 떡이 커 보이는 심리도 작용했을 것이다.

인생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변화를 맞는다. 자의든 타의로든 말이다. 레저를 맡은 지 1년. 생각도 생활도 조금씩 바뀌어 가고 있음을 느낀다. 자연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특히 산을 좋아하게 됐다.

예전에는 바다와 산 중에 어디가 좋으냐고 물으면 고민없이 '바다'라고 답했었다. 하지만 지금, 같은 질문을 받는다면 "글쎄…"라는 말과 함께 고민할 것 같다. 아니 산이 좀 더 우위를 점할 수도 있다.

때론 사람들과의 만남이 변화를 가져오기도 한다. 지난주 크로스컨트리 스키 취재를 위한 재미한인산악회 회원들과의 만남도 그렇다. 처음엔 낯설었지만 함께 이야기 나누고 식사를 하고 눈덮인 산을 함께 걷다 보니 친해지게 됐다. 그들의 삶에도 귀를 기울이게 됐다. 부럽다고 생각해 본 적 없던 산악인들이 멋있어 보이기 시작했다. 산행 이야기와 찍은 사진을 보면서 가보고 싶은 곳도 생겼다. 몇달 전까지만 해도 생각해 본 적도 없던 존 뮤어 트레일 종주다. '내 선택'이 가져온 '내 생각과 삶'의 변화다.



이번 여행에 불러준 산악회 김명준 전 회장과의 만남은 더 값진 것이었다. 그는 세계 최고령 7대륙 최고봉 완등자, 한국 최고령 에베레스트 등정자다. 그는 올해 72세다. 과거 누군가 히말라야에 올랐다는 기사를 볼 때면 '왜 굳이 저 위험한 곳을 오르는 걸까'라는 의문이 앞섰던 기자에게 그는 낯선 인물이다. 산을 동경하지 않는 기자에게 그는 히어로도 롤모델도 아니다. 하지만 히말라야를 등반하기 위해 그가 평소에 기울이고 있는 노력은 '왜' 라는 의문보다는 그의 노력을 닮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김명준 전 회장으로부터 책을 받았다. 그의 저서 '라이프 노 리미츠'다. 첫 장을 넘겼다. "극한의 상황을 이겨낸 후 내 안에 차오르는 묵직한 성취감, 이 모든 것이 내 삶을 밝혀주는 찬란한 빛이다", "새로운 산을 오르는 건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일과 같다. 내겐 아직 만나야 할 새로운 세상이 무수히 남아있다." 책 서두에 쓰여 있는 말이다.

두렵다. 그의 책을 다 읽고 났을 때 그 책이 줄 변화 때문이다. 책을 읽고나서 휘트니를 아니 히말라야를 등반해보겠다고 나서게 되면 어쩌나, 말도 안 되는 걱정도 해본다. 하지만 선택이, 새로운 만남이 그리고 책이 주는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으려 한다. 그 변화는 나의 삶을 좀 더 풍요하게, 더 가치있게 만들 수도 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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