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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마라톤이 아름다운 건

강 명 구 / 중앙일보 문학교실 회원

마라톤이 아름다운 건 누구나 다 마라톤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안타깝게도 마라톤은 특별하다. 마라톤이 특별한 건 누구나 다 마라톤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는 어떻게 보면 평범 이하의 사람이다. 초등학교 운동회 때 그 흔한 공책이나 연필을 상으로 받아 본 적이 없고 반 대항 축구경기에 뛰어 본 적이 없다. 군대의 훈련소에서는 선착순 달리기를 하면 언제난 마지막까지 얻어맞으며 달려야 했다. 자대에 배치되어서는 고문관으로 낙인이 찍혔었다. 지금 말하는 관심사병이었다.

군대생활 3년 하는 동안 10 km 완전군장 구보를 한번도 해 본 적이 없고 군인이면 매년 한 번씩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유격훈련도 받아본 경험이 없다. 무슨 검열이라도 나오면 내가 있으면 부대 전체 성적이 떨어진다고 아예 외출이난 외박에 내보내졌다. 그러다 제대 말년에 안 해도 될 10km 완전군장 구보를 추억 만들기 삼아 한다고 말년병장의 위세로 도전을 했었다. 처음에는 군화끈이 풀어져서 몇 번 주저앉고 그 다음에는 반합뚜껑이 딸가닥거려서 주저앉고 하다가 아마 지금 기억으로는 3km도 못가서 뒤따르던 앰뷸런스에 실려서 온 뼈아픈 기억까지 있다.

그런 내가 50이 넘어서 달리기를 시작하여 마라톤을 하고 첫 마라톤에서 서브 포를 기록하면서 나이별 2등을 했고 마라톤 세 번 만에 보스턴마라톤 출전자격을 따내는 기염을 토해냈고 50마일 산악마라톤에는 두 번 만에 성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라톤 무림의 세계에는 나보다 무수히 많은 고수들이 있다. 그 수많은 마라톤의 영웅들도 감히 입조차 뻥끗하기를 망설이는 미 대륙횡단이란 카드를 내가 들고 나왔을 때 사람들은 농담하는 줄 알고 대꾸조차 하지 않았다. 나의 표정이 진지한 것임을 알고는 사람들은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번 여행은 어떻게 보면 시상이 떠오르듯 생각난 여행이었다. 생각은 내가 미국생활 25년 동안 휴가다운 휴가를 한번도 가지지 못했다는 데서 출발을 했다. 긴 여행을 하고 싶었다. 긴 여행을 하면서 마음의 정리를 할 것이 있었고 마음의 다짐을 하고 싶은 것이 있었다. 이모작 인생을 설계하는 중년 사춘기의 성장통 같은 것을 치유해야 하기도 했다. 여행이라면 마라톤여행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마라톤이 명상하기에 좋다는 것을 마라톤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부터 알기 시작했다.

문제는 짐이었다. 짐을 짊어지고 달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니면 캠핑카와 그것을 운전해 줄 사람이 필요하다. 그건 경비가 엄청나게 들어서 나로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포기하고 있었는데 끝없이 달리고픈 열망이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자꾸 화산의 마그마처럼 치솟아 오른다. 가능성 있는 것에서 생각은 다시 출발했다. 배낭을 메고 달릴까 생각하다가 정말 시상이 떠오르듯 유모차가 떠올랐다. 유모차에다 짐을 실으면 하루 20마일 이상 달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인간의 마음은 모든 실재를 변화시키고 창조하는 무한한 힘이 있다고 한다. 스스로 약하고 무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나 나이 들면 당연히 늙고 병든다고 여기는 이들은 그 생각이 바로 현실을 만든다. 건강이나 나아가 창조적인 삶은 온전히 자기의 마음에 달려 있다. 우리의 '생각에너지'는 현실을 밝히는 전기에너지와 같은 것이다.

지금 건강이 좋지 않은 사람이나 재정적으로나 가정적으로 어떤 큰 문제를 안고 있어도 자기가 할 수 있는 일부터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면 될 것이다. 건강이나 행복이나 젊음까지도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성취할 수 있는 하나의 상태이기 때문이다. 불치 혹은 난치병은 편견 속에 갇힌 허구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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