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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알면서도 못 고치는 '미국 병'

모니카 류/암 방사선과 전문의

'오늘 하루도 숨 쉬기가 참 힘들겠다.' 새벽 달이 무척이나 밝다. 엄숙할 정도로 아름다운 정적 속에서 부질없게 보일 수도 있는 생각에 빠졌다. 부당하게 이루어지는 일들, 잔인하게 마구 다루어지는 생명들, 목숨을 빼앗기고 뺏는 사람들, 그리고 그 가족들을 생각하며 내가 속으로 뇌인 말이다.

'두 번은 없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아무런 연습없이 태어나서 아무런 훈련없이 죽는다.'(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시 '두번은 없다')

그렇다. 두 번의 삶은 없다. 오늘 나는 최근 하버드 의과대학 브리검 위민스 병원 안에서 일어난 총격 살인 사건에 대해 쓰려고 한다. 1월 21일 총을 소지한 범인은 여러 출입구를 지나 그가 죽이기로 계획한 의사의 클리닉에 도착했다. 아무도 그가 총을 소지했는지 몰랐고 그를 저지한 사람은 없었다. 오피스로 인도된 얼마 후 두 발의 총성이 울렸다.

일곱 시간의 응급 처치도 의사를 살리지 못했다. 그 의사를 살리려 애썼던 동료 의사들은 세상이 우러러 보는 명의들이었고 그가 응급 수술을 받던 곳은 세계적 석학들을 만든 하버드 브리검 위민스 병원이었다. 학부, 의과대학을 거쳐 10년이라는 세월을 흉곽 세부 혈관 수술 전문 분야 수련 및 연구로 보냈던 44세의 이 의사는 장래 많은 일을 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에게는 세 명의 아이들과 앞으로 태어날 아이가 있었다.



이 사건은 여러 면에서 우리 사회의 신뢰와 서로가 지켜오던 기본적인 예의가 병들어 감을 보여주고 있다. 2013년 통계를 보면 인구 3억이 넘는 미국에서 1년에 약 100만명 정도가 폭력범죄의 희생자로 보고됐다. 이 중 1.2%가 살인 케이스이며 살인에 사용된 흉기는 대부분이 총이다.

이중에 병원 총격이나 병원 안에서의 살인 사건은 드물었다. 2000년부터 12년간 40개 주, 154곳의 병원에서 총격사건이 보고되었는데 총격으로 인한 희생자들을 보면 45%가 총을 쏜 당사자이고(보통 자살로 끝난다), 20%가 병원 직원이었다고 한다. 이 중 간호사 (5%), 의사(3%)는 대체적으로 적은 숫자였다.

해결 또는 예비 방책을 생각해 볼 때 먼저 떠오르는 것이 금속탐지기 설치다. 그러나 실질적인 어려움 때문에 가끔씩 문제가 터질 때마다 거론되었지만 채택되지 못했다. 공항 시큐리티를 통과하는 과정을 생각해 보면 상상이 간다.

지금 우리는 평범한 시민이 총기를 소유할 이유 또는 권리가 있는가에 대한 숙고를 해야 할 때다. 병원 총격사건을 떠나 일반 총격으로 인한 상해 피해는 자동차 사고로 죽는 숫자와 비슷하다. 총기 소유를 금지한다면 이들에 대한 응급처치, 후유증 치료 등을 예방할 수 있으므로 의료계에서는 총기소유 금지법을 지지해 왔다. 그러나 전미총기협회(NRA)의 막강한 힘은 다 아는 터이니 쉽게 이루어 질 수는 없을 것 같다.

아마 우리는 악순환을 거듭해야 할 것이다. 숨겨진 사이코들은 정신치료를 거부한 채 일반 시민들과 섞여 살 것이고, 대형 병원들은 한 두 번의 응급대피 훈련으로 이런 사회문제를 이해했다고 자부하고 이슈를 덮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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