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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우의 고전음악] 루레이 동굴속의 음악

 워싱턴지역에는 다양한 관광지가 존재한다. 그중에서도 루레이동굴(Luray Caverns)은 대표적인 명소이다. 워싱턴 DC에서 버지니아쪽으로 차를 타고 2시간여를 달리다보면 셰난도국립공원의 루레이지역에서 미동부에서는 가장 큰 석회암동굴과 만나게 된다.

 이 동굴은 1878년 3명의 아마추어 지리학자가 석회암 바위사이에서 시원한 바람이 새어나오는 것보고 파들어가다가 발견한 동굴로 여러종류의 종유석(석회암동굴의 천정에 붙은 고드름모양의 퇴적물)과 석순(석회암동굴의 바닥에서 올라오는 죽순모양의 퇴적물), 그리고 지하폭포, 지하호수 등이 환상적인 만화경을 만들어놓고 있다.

어떤 것은 털복숭이 개를 연상시키고 어떤 것은 사라센제국의 부드러운 카펫을 연상시키며 또 어떤 것은 맨하탄의 마천루를 연상 시키키도 하는데 특히 천정에 붙은 종유석이 아래에 고인 물에 비쳐져 마치 다른 행성의 도시같이 몽환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이미 한국이나 미국 등지에서 많은 동굴을 섭렵해 보았다는 사람들도 이곳이 최고라고 입을 모은다.

 100만년전부터 일어난 이같은 자연의 신비는 지하 석회암층을 지나는 지하수가 석회암을 녹이면서 빚어낸 것이다. 석회암층의 탄산칼슘이 이산화탄소를 가진 지하수에 운반되다가 다시 수분이 증발하게 되면 그곳에서 퇴적이 일어나는 것으로 120년에 1입방인치정도가 자라는 것인데 현재에도 진행형이라 한다. 또한 빨간색, 회색, 흰색, 녹색을 기본으로하여 이것들이 어우러져 여러가지 찬연한 색깔을 내고 있는데 기본적인 네가지 색깔의 비밀은 각각 아연(빨강색), 망간(회색), 칼슘(흰색), 그리고 이끼(녹색)에 있다고 한다.



 이렇게 아름답고 훌륭한 동굴로 매년 수많은 관광객들이 몰려 상당한 입장수입과 연계수입을 올리고 있는데, 맨처음 이 동굴을 발견했던 3명이 경매를 통해 구입한 가격은 고작 500불이었다. 물론 이렇게 헐값으로 구입할 수 있었던 것은 그땅에 동굴이 있다는 사실을 숨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중에 그 사실이 밝혀지자 주대법원은 이들의 소유권을 박탈해버렸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아무리 사실을 숨겼더라도 소유권을 박탈하기는 힘들다고 생각하는데, 아무래도 당시에 이 사건을 판결하였던 인물이 성경적 지식이 없었나보다. 성경에서는 보물을 발견한 농부가 그 사실을 숨기고 가진 것을 다팔아 땅을 구입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하는데 말이다).

 이 동굴의 또 다른 자랑거리가 있다면 그것은 기네스북에도 오른 바있는 세계에서 가장 큰 자연산 오르간이다. 1954년에 리런드 스프링클(Leland Sprinkle)이 만든 종유석파이프 오르간(Stalacpipe Organ)으로서 적당한 공간을 찾고 설치를 하는데 무려 3년이나 걸렸다고한다. 이 신비한 음향의 오르간은 보통 자동연주으로 연주되는데 특별한 행사가 있을 경우는 오르가니스트가 직접 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운이 좋게도 몇해전 이 루레이동굴에서 파이프오르간의 반주에 맞추어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어느 한인 NGO 단체가 아직까지 여건상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이들을 위해 마련한 무료결혼식에서 축가를 맡게 된 것이다. 축가로 무엇을 부를까 고민하다가 당시에 한국에서 축가순위 제 1번이었던 한동준의 '사랑의 서약'을 택하게 되었다.

혹시나 파이프 오르간을 사용할 수 없게 되더라도 즉석에서 무반주로 부를 수 있는 크로스오버풍의 곡이기 때문이었다. 어느정도 예상한대로 행사 직전 파이프 오르간을 사용하기 어렵다는 통보를 받았다. 하는 수 없이 피치파이프의 첫음에 의존하여 무반주로 축가를 불러야했다. 비록 종유석 파이프오르간의 신비한 반주는 없었지만 동굴의 각 공간을 부딪혀 되돌아오는 울림의 효과를 통해 더욱 가사를 음미하며 부를 수 있었다. 그동안 결혼식 축가는 많이 불러보았지만 동굴속에서 불러보는 축가는 정말 색다른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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