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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종이 책 읽기로 느끼는 작은 행복

안성남·수필가

종이 책은 필요할 때 읽어 보는 기능만이 아니라 여러가지 좋은 점이 있다. 오래 기억하고 싶고 특별히 표시하고 싶은 곳이 있을 때 책장을 살짝 접어 놓을 때의 별다른 느낌이 좋다.

귀한 문장 아래에 색연필로 밑줄을 그을 때의 느낌이 좋고 꽃잎이나 사연 있는 그 무엇을 책갈피에 끼워 놓을 때의 아련한 촉감이 좋다. 새로 산 책의 첫장에 이름을 써넣으며 새로운 저자와의 대화를 시작한다는 기대감이 좋다.

전자책을 선택한다는 것이 능률이나 편리성으로 보아서는 당연한 것이지만 종이 책을 선택하는 것은 그것을 넘어서는 사람다움을 찾고자 하는 마음 때문일 것이다. 문명의 이기가 넘쳐 나는 세상이지만 사람들은 맨발로 걸어가고 맨손으로 바위 산을 기어 올라 보고 직접 삽으로 땅을 파고 싶어한다. 땀 흘리고 숨차 하고 힘들어 하며 자기를 확인하는 행동을 원하는 것이다.

종이 책을 집어 들 때 느끼는 좋은 감정은 표지를 바라보면서 시작된다. 제목을 보고 글쓴이의 이름을 보고 그림이나 색깔로 꾸며진 책의 얼굴을 가만히 쓰다듬으면 전해 오는 첫 인사가 언제나 반갑다. 첫 줄의 문장을 찾아 표지와 속표지와 목차로 이어지는 몇 장의 종이를 넘기다 보면 마치 미지의 숲을 들어서는 첫 발에 스치는 풀과 나무를 만지는 기분이 된다. 그리고 뒤에 두툼하게 남아 있는 나머지 책장을 바라보며 벅찬 기대감에 숨을 고르고 긴 여정에 들어선다. 종이 책에 사랑을 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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