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삶의 향기] 한국과 영국 청년 문화의 미묘한 차이

다니엘 튜더/전 이코노미스트 한국 특파원

런던에서 아는 사람이 내 옷 입는 스타일이 '표준핵심(normcore)'형이라고 '비난'했다. '표준핵심'은 "사회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거나, 받아들일 만하다고 입증됐거나, 남을 화내게 하지 않는 것들을 의식적·인위적으로 받아들이는 하위문화"라고 정의돼 있었다. 여기서 핵심 용어는 '의식적·인위적'이다. 영국 등 서구에서는 밋밋한 옷을 입는 사람이 많다. 왜냐하면 담백한 옷을 입는 게 오히려 '쿨(cool)'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좀 슬프지만 내 옷 선정 기준은 쿨하게 보이려는 게 아니다. '이렇게 입으면 멍청하게는 안 보이겠지' '와 싸다. 한 벌 값으로 세 벌을 살 수 있네!'가 내 기준이다.

의식적으로 '표준핵심'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아마도 '노력하지 않은 멋'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힙스터(hipster)'이기도 하다. 사실 대부분의 '힙스터'는 남들 눈에 띄는 것을 좋아한다. 나는 지금 쇼어디치라는 런던의 한 구역에서 일하고 있다. 이곳은 영국 '힙스터'들의 총본산이다. 전형적인 이곳 사람들은 찰스 디킨스와 갱 단원을 합쳐 놓은 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이런 모습이다. 잘 관리한 턱수염('턱수염 오일'이라는 전문 용품도 나와 있다), 양팔을 덮은 문신, 벌목꾼이나 노숙자를 연상시키는 옷차림을 하고 있다. '힙스터'의 모습을 제대로 유지하려면 상당한 돈과 민감성이 필요하다. 그렇게 하는 것은 일종의 취미생활이다.



이곳 바에서 틀어주는 음악은 의도적으로 모호하다. 보통 박자가 두서 없는 음악이다. 이 규칙은 깨질 수도 있다. 아예 모든 사람이 들어본 음악을 트는 것이다. 브리트니 스피어스나 마룬 5의 곡으로 '알아 알아'라고 말하는 듯한 웃음을 손님이 짓게 하는 것이다.

이 런던 구역의 문화는 끊임없이 새롭고 신기한 것들을 찾는다. 대부분의 영국 사람들은 한국 음식을 모른다. 따라서 '힙스터'가 비빔밥·김치를 좋아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나와 독자들에게 세계에서 가장 '정상적'인 음식인 비빔밥과 김치는 쇼어디치에서는 첨단 유행이다. 반면 주류 상품은 장인이 소량 생산하는 상품보다 훨씬 열등한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이코노미스트지는 '고루한 젊은이'에 대해 다룬 적이 있다. 기사에 따르면 신세대는 보다 실용적이고, 덜 반항적이며, 경제적으로는 보다 보수적이다. 그들은 광란의 파티에 가는 것보다는 차라리 집에 있는다. 서구의 전통적인 젊은이 문화하고는 사뭇 다르다.

'힙스터' 트렌드는 이러한 신세대의 보수적 분위기를 반영한다. 과거에 청년문화는 주관이 있고 대의명분이 있었다. 오늘날 청년문화의 전형적인 특징은 소비다. 올바른 식사를 하고 올바른 턱수염 오일을 고르는 것이다. 그들이 추구하는 것은 긍정성이 아니라 아이러니다. 그 무엇도 진짜로는 믿지 않고, 그 무엇에도 분노하지 않는다. 히피족은 평화와 사랑을 추구했고 펑크족은 청바지를 찢으며 권위에 대해 분노했다. 유행에 민감한 런던의 젊은이들은 미리 찢어 놓은 청바지를 사고 광고업체 같은 산업분야에서 일하게 되기를 열망한다.

서울에 있을 때 한국에 온 지 오래된 1960~90년대생 외국인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한국이 이제 일종의 청년혁명의 초기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혁명'의 원인은 지나친 경쟁과 오래 공부했지만 보상이 없는 현실에 대한 젊은이의 분노라고 했다. '한국 젊은이들이 섹스나 사회적 가치에 대해 보다 리버럴하다.' 상당 부분 사실이라면 한국의 청년문화는 점점 더 밋밋해져 가는 서구의 청년문화에 흥미로운 대조가 될 것이다.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