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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자동차 해킹과 정치적 음모론

[LA중앙일보] 발행 2015/02/16 미주판 16면 기사입력 2015/02/15 16:41

안 유 회/편집국 선임기자

인터넷이 그물처럼 세상을 연결한 이후 침입과 방어는 일상사가 됐다. 문제는 적벽에서 군함을 하나로 묶는 연환계에 빠진 조조처럼 인터넷 세상에서 한 번 방어막이 뚫리면 그 피해가 너무 크다는 점이다. 연결된 세상에서 한 그릇에 담아놓은 정보는 외부의 침입 한 번에 모두 털릴 수 있다.

타겟 같은 소매점, 씨티 그룹 등 금융권에 이어 영화사 소니 엔터테인먼트까지 아무리 큰 기업도 해킹에 속수무책처럼 보인다. 몇 백만, 몇 천만 건의 정보 유출은 놀랄 일이 아니다.

최근 자동차 해킹이 주목을 맞는 이유는 아마도 이 때문일 것이다. 해킹은 일상인데 자동차라고 예외일 까닭이 없다. 자동차가 쇠덩어리가 아닌 것은 오래된 일이고 전자제품으로 변화하는 시기가 오히려 예상보다 짧았다. 포르셰의 열성팬들이 시동 버튼이 달린 모델 출시 소식에 열쇠를 돌려 시동을 걸지 않으면 포르셰가 아니라고 항의하던 일이 엊그제 같은데 자동차는 전자제품 시기를 완성하지도 못 한채 외부와 망으로 연결된 IT제품의 단계로 훌쩍 넘어갔다.

일단 IT의 세계로 들어가면 해킹은 감기처럼 자연스럽다. 급기야 BMW의 '커넥티드드라이브' 차량 220만대에서 해킹에 취약한 문제점이 확인됐다. 외부에서 이동통신장치를 사용해 원격으로 차문을 열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쉽게 해결됐지만 해킹이 현실임을 실감나게 했다.

하지만 자동차 해킹은 아직 현재의 위험보다는 미래의 불안감이다. 실제로 자동차 해킹 사건은 아직까지 1건도 보고되지 않았다. 자동차 전문잡지 '카 앤드 드라이버'가 2011년 8월호에서 자동차 해킹 특집기사를 실으면서 '핵 투 더 퓨처(Hack to the Future)'라는 제목을 단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영화제목 '백 투 더 퓨처(Back to the Future)'를 차용하면서 현재엔 기술적으로 가능할 뿐이지만 미래엔 현실성이 있는 위험이라는 취지를 담았다.

유튜브를 찾아보면 자동차 해킹을 시연하는 동영상이 많다. 문을 열거나 주행중 엔진을 끄고 운전자의 의지와 상관없이 후진을 한다. 자동차 해킹 가능성은 이미 2010년 UC샌디에이고와 워싱턴 대학의 공동연구기관인 '자동차 내장 시스템 보안 연구센터(CAESS)'가 시연을 통해 입증했다. 이 기관은 MP3에 악성 소프트웨어를 심거나 와이파이를 이용해 자동차를 원격조종하는 것이 이론적으로 가능함을 증명했다.

하지만 지금 당장 해킹이 차량 절도나 도난에 이용될 것으로 보는 이들은 거의 없다. 해킹은 여전히 기술적으로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해킹을 시연한 이들은 모두 과학자나 학자, 해커다.

오히려 자동차 해킹은 아직 음모론의 영역에 머물러 있다. 대표적인 것이 종군기자로 정부와 군의 비리와 의혹을 추적한 기사로 유명한 마이클 해스팅스의 죽음과 관련한 음모론이다. 해스팅스는 2013년 6월 새벽 LA 할리우드에서 벤츠를 타고 가다 중앙선을 넘어 가로수를 받고 사망했다. 음모론의 핵심은 누군가 그의 차량을 해킹해 충돌사고로 위장했다는 것이다. 그의 기사 때문에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사령관 스탠리 맥크리스털이 연방정부 고위 관계자를 애송이로 취급하는 인터뷰를 게재한 뒤 해임된 것 등 고위층이 그를 불편해 했다는 것이 이유다.

자동차 해킹은 아직 일상보다는 정치적인 문제에 더 가깝다. 하지만 지금 음모론에 머물고 있다고 해서 계속해서 음지에 머물지 알 수 없다. 언제든 양지로 올라올 수 있다. 우리가 길을 찾는 데 내비게이션을 사용한 순간부터 해킹은 언제든 양지의 일상으로 들어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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